[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최근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기존 분양가의 최대 15% 할인 분양에 나섰다. 분양가 최고 11억5000만원에 달하던 전용 78㎡를 최대 1억7000만원까지 할인한 것이다. 이달 입주를 시작하지만 총 216가구 중 90% 수준인 195가구가 미분양됐다. 앞서 세 차례에 걸쳐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지만 주인을 찾지 못해 ‘할인 분양’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지난 4월부터 경기도 남양주시 도농동에 분양하고 있는 ‘도농 부영 애시앙’도 지난달까지 잔금을 선납하면 2000만원을 깎아주는 행사를 진행했지만 두 달이 지난 현재 미분양을 해결하지 못했다. 최근 금리 인상으로 매수세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부동산 시장 정체가 나타나고 있다. 지방에서 시작한 청약 한파가 서울·수도권까지 옮겨붙으면서 ‘할인분양’까지 등장했다. 지난해까지 ‘선당후곰’(먼저 당첨되고 나중에 고민)이라며 ‘묻지마 청약’이 금리부담 등으로 옥석을 가리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청약불패’라던 서울까지 분양 경기 침체가 확대하자 부동산 시장 조정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 [이데일리 김태형 기자] 서울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잠실 아파트 밀집지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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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이데일리가 부동산R114에 ‘수도권 청약미달 가구수 분석’을 의뢰한 결과 올해 상반기 청약미달 가구수는 모두 4974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4가구보다 17.5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수도권에서 2만4038가구를 분양했는데 이중 1만9064가구만 순위권 내 마감을 했고 4974가구는 미달했다. 이는 전체 분양 가구수의 20.7%에 달한다. 지방에서도 미달 가구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 상반기 지방에서는 2만8028가구를 분양했는데 이 중 1만107가구가 미달했다. 전체 가구 수의 26.5%가량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못해 고분양가 논란이 일었던 ‘한화포레나미아’, ‘북서울자이폴라리스’, ‘칸타빌수유팰리스’ 등에서 계약 포기자가 발생하면서 대규모 무순위 청약으로 이어졌다. 미계약에 이어 미분양 사태까지 발생한 것이다. 분양가격에 팔기 어려워 이보다 낮은 금액에 파는 이른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는 상황이 심각하다. 내년 입주를 앞둔 대구 달서구 죽전동 ‘죽전역 시티프라디움’ 전용면적 84㎡형이 최근 최저 5억2980만원에 나왔는데 2년 전 분양 가격보다 5000만원이나 낮아졌다.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이러한 미분양 사태 해결이 녹록지 않은데다 서울과 수도권 대형단지에서 미분양이 나온다면 대세 하락으로 갈 수도 있다고 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작년에 미분양이 역대 최저 수준이었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크지만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대형단지 중심으로 미분양이 나오면 대세 하락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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