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속 30km로 오던 검정색 차량이 주차돼 있던 흰색 차량과 충돌했다. 평소라면 문을 모두 바꿔야 할지, 일부 수리만 해야할 지를 두고 두 차주의 보험사가 다퉈야 할 때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이용하면 이제 그런 분쟁은 없어지게 된다.
9일 보험개발원은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보험개발원 자동차기술연구소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자동차 수리비 산출 서비스를 시연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유관업계와 보험업계 관계자가 모인 가운데 발표된 이 서비스는 자동차 수리 부위의 사진을 찍어 앱을 통해 송고하면 서울 상암동 보험개발원의 AI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리비를 판독하는 시스템이다.
보험회사와 정비공장 간 보험수리비 청구 및 지급에 사용 중인 수리비견적 시스템인 AOS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융합(AOSα)한 서비스이기도 하다.
보험개발원은 이 AI가 상용화되면 보험금 지급까지 소요기간을 단축하고 보험금 지급과 관련된 분쟁도 감소할 것이라 기대했다. 보험사 보상직원들도 업무 처리속도를 높일 뿐더러, 소비자들 역시 예상수리비를 빠르게 받아보는 등 보험처리 기간이 단축될 것이란 얘기다.
업계에서는 이미 보험사별로 전산시스템 연계나 직원 교육을 진행하고 잇는데다 이 시스템에 대한 보급이 지난 5월부터 진행 중이라 내년께는 본격적인 도입을 기대해도 좋다고 밝혔다.
물론 가야할 길은 멀다. AI는 데이터가 많아야 정확성이 높아지는데 아직은 데이터의 양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 측도 “흙탕물이 튄 것을 흠집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20년 전만 해도 핸드폰 카메라는 100만 화소 채 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잠식한 만큼 선제적으로 기술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는 게 보험개발원의 주장이다.
업계에서도 AI, 디지털과의 결합이 필수인 시대라면서 당국의 협조를 당부했다. KB손해보험은 “최근 금융위에서 샌드박스 등을 통해 규제 완화 등을 도와주고 있는데, 금융과 디지털 산업이 잘 융합되도록 우리도 노력하겠다. 당국도 더욱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역시 “업계에서도 이같은 노력을 해왔는데, 앞으로 더 빠르게 정착될 것이란 기대가 든다. 이미지 인식의 정확성을 제고하기 위해 업계도 당국과 함께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워킹그룹을 마련해 규제 개선과 인프라 구축, 소비자 보호 3가지를 축으로 보험업계의 AI 활성화 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