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철근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경기가 둔화하면서 실적 악화를 예상했지만 그 폭이 예상보다 훨씬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의 슈퍼호황이 이어지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연이어 경신했던 3분기까지와 달리 4분기에는 심한 반도체 쏠림 현상이 오히려 독이 됐다.
삼성전자는 8일 지난해 4분기에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의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6%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28.7% 감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분기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한 지난해 3분기(17조5700억원)보다 38.5%나 감소했다.
2010년대 초중반까지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IM(IT·모바일)사업이 삼성전자를 견인했다면 지난 2015년부터는 사실상 반도체 사업의 성패가 삼성전자 실적의 성패로 이어졌다.
지난 2016년 삼성전자 실적(매출 201조8700억원, 영업이익 29조2400억원) 가운데 반도체(매출 51조1600억원, 영업이익 13조6000억원)가 차지한 비중은 각각 25.3%(매출), 46.5%(영업이익)를 차지했다.
결국 4분기 어닝쇼크는 반도체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고 일부 데이터센터 고객사들이 재고를 조정하면서 4분기 수요가 예상보다 크게 줄었다”며 “가격뿐만 아니라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도 3분기보다 역성장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제2의 반도체’가 될 사업을 육성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반기부터 메모리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향후 성장을 기대하고 있는 5G(5세대 이동통신)와 AI(인공지능), 전장 사업 등에 대응하기 위해 부품기술 및 사업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3분기까지의 호실적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게 위안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매출 243조5100억원, 영업이익 58조8900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하루에 거두는 영업이익이 1613억원에 이르는 엄청난 수치다. 영업이익률도 24.1%로 사상 최대치였던 2017년(22.4%)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