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사진결혼'으로 하와이에 온 그녀의 이야기

국립극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
1920년대 발표 윤백남 작 '운명' 무대에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삶과 애환 담아
  • 등록 2018-08-28 오후 5:04:24

    수정 2018-08-28 오후 5:04:24

국립극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작품 ‘운명’ 홍보 이미지. 왼쪽부터 양길삼 역 이종무, 박메리 역 양서빈, 이수옥 역 홍아론(사진=국립극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일제강점기에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고자 했던 조선인 중 일부는 노동력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던 하와이로 이주했다. 초기에는 남성의 이주 비율이 높았지만 여성의 하와이 이주 기회도 점점 늘어나 1910년부터 1924년까지 무려 700명에 달하는 여성이 하와이로 건너갔다. 비결은 바로 ‘사진결혼’이었다.

국립극단이 ‘근현대 희곡 재발견’ 시리즈 9번째 작품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사진결혼’의 폐해를 다룬 연극 ‘운명’(윤백남 작, 김낙형 연출)을 선보인다. 1920년에 쓰여 1921년 초연한 이 작품은 당시 흔했던 하와이 사진결혼의 폐해를 드러내려는 사회적 의도로 창작됐다.

작품 전반에서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삶과 애환을 엿볼 수 있다. 주인공은 이화학당 출신 신여성 박메리다. 사진결혼 중매자를 통해 훌륭한 인격과 부를 지닌 사람과의 ‘사진결혼’을 하고 하와이에 도착한다. 그러나 그곳에서 만난 실제 남편은 구두 수선공에 도박과 음주를 즐기는 사람이다. 작품은 박메리를 비롯해 하와이로 건너간 다양한 인물의 이야기로 당시 조선인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윤백남 작가는 계몽주의·인도주의적 경향을 지닌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 ‘운명’은 극적 완성도가 뛰어나 발표 이후 대중 극단에서 활발히 공연됐다. 국립극단 근현대극 자문위원인 이상우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운명’의 뛰어난 연극성은 근현대 연극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 현대에서 크게 재조명되지 않아 국립극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에 추천하게 됐다”고 말했다.

2014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국립극단 ‘근현대 희곡의 재발견’ 시리즈는 한국 연극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근현대 희곡을 현대 관객에게 소개하는 기획 시리즈다. 그동안 ‘국물 있사옵니다’ ‘산허구리’ ‘가족’ 등 현대 관객이 접하기 어려웠던 우리 희곡을 무대화했다. 2018년에는 시리즈의 일환으로 ‘운명’과 ‘호신술’을 공연한다.

100년 역사의 근현대 희곡을 재발견하는 이번 무대는 극단 죽죽의 대표이자 제1회 연강예술상 공연부문 수상자인 김낙형이 연출을 맡는다. 양서빈, 홍아론, 이종무 등 2018년 국립극단 시즌 단원들이 출연한다. 오는 9월 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티켓 가격 전석 3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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