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성장전망, 높아 보인다"…경기우려 큰 금통위원

한국은행, 지난달 13일 금통위 의사록 공개
"내년 2.8% 경제성장률 전망, 높아 보인다"
기업 구조조정·부동산 조정 등 리스크 산재
가계부채 우려 여전…"철저 모니터링 필요"
  • 등록 2016-11-01 오후 5:43:30

    수정 2016-11-01 오후 6:58:09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내년 우리 경제를 보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의 우려는 생각보다 컸다. 한은이 전망한 내년 경제성장률 2.8%를 두고 “높아 보인다”는 의견도 나왔다.

기업 구조조정과 부동산 경기 조정 등 불확실성이 상당히 높다는 게 다수 금통위원들의 생각이다. 게다가 내년 세계 경제의 반등 가능성에 대해 더 확인이 필요하다는 기류도 있다.

기업 구조조정·부동산 조정 등 리스크 산재

1일 한은이 내놓은 10월 금통위 본회의 의사록을 보면, A 금통위원은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내년 (한은의 2.8%)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A 위원은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이 한은의 전망 수준에 부합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면서 “최근 기업 구조조정 문제가 겹치면서 민간소비의 빠른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여건”이라고 했다.

그는 또 “미국의 금리 인상 재개, 유럽의 브렉시트 협상, 중국의 자금흐름 왜곡 등은 세계 경제의 성장세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수출 물량이 예상만큼 증가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 세계 경제의 회복을 점친 한은의 전망과는 다소 결이 다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를 “상방 리스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A 위원은 “국내 기업의 수익성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호전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면서도 “여기에는 기업 구조조정 심화, 원유가격 상승 가능성 등도 고려돼야 한다”고 했다.

B 금통위원은 “한은은 내년 건설투자의 증가율이 완만하게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는데 상당히 설득력 있어 보인다”면서도 “가계의 부채 부담이 과중하고 주택공급 물량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주택건설 경기가 크지 않은 충격에도 빠르게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내년 2.8% 성장률 전망치는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면서도 “다만 세계교역 회복 지연과 국제유가의 불안정성,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경제심리 위축 등으로 성장 전망경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걱정했다.

또다른 금통위원은 “한은이 제시한 내년 성장률 전망은 보다 높은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IT부문이 설비투자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최근 일부 전자업체의 휴대폰 생산차질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더 지켜봐야 한다” “미분양 주택물량이 이미 증가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이게 어떤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은 없는지 유의할 필요가 있다” 등의 지적도 나왔다.

한은의 경제전망이 너무 낙관적이라는 지적은 지난달 13일 발표 당일부터 있었다. 당일 채권금리가 일제히 하락한 게 대표적이다. 한은이 조만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하향 조정할 수 있다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당시 한 시장 참가자는 “한은의 전망이 다소 낙관적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제전망은 한은 조사국이 맡는다. 다만 한은 내부에 있는 금통위원들까지도 하방 위험을 더 강조하고 나선 건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한은 조사국 측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이 최근 몇 년 동안과 같은 낮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한 만큼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판단된다”고 답변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의 여파에 대해서는 “국내보다 해외 생산물량이 월등하게 많다는 점을 고려해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가계부채 우려 여전…“철저 모니터링 필요”

금통위원들은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한 금통위원은 “가계부채 관리 여건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면서 “가계부채 문제는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대응하는 게 중요하지만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가 통화정책 수행의 제약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철저한 모니터링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금통위원은 “가계대출은 가을 이사철 도래, 아파트 분양 호조, 주택가격 상승 움직임 등을 배경으로 당분간 높은 증가세를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금리 탠트럼(긴축 발작) 가능성도 거론했다.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장기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시장에서는 이런 우려가 나왔다.

한 위원은 “지난 2013년 미국 양적완화(QE) 테이퍼링 탠트럼과 지난해 독일 분트 탠트럼 때에 비해 그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가 일반적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금리 탠트럼이 다시 나타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만큼 계속 살펴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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