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기대를 모았던 강남 분양 예정 아파트 일정이 내년으로 줄줄이 연기되고 있다. 강남권 분양이 미뤄지는 것은 공사비 증액과 설계 변경, 조합장 재선출 등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속내는 분양가를 좀 더 높게 받으려는 조합의 계산이 작용해서다. 최근 급등한 공사비를 보전하기 위해 분양가를 높게 받아 조합원 부담을 줄이려는 조합이 많다는 것이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개정안 통과 이후 분양하자는 목소리도 크다.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으로 상승한 집값 등 개발이익의 일부를 정부가 환수하는 제도다. 환수금액이 워낙 크다 보니 조합에서 이 부담을 줄이는 게 낫다는 판단에 분양을 연기한다는 것이다.
2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올 초까지만 해도 강남권 9개 단지가 연내 분양을 예정했으나 이 가운데 청담르엘, 래미안 원펜타스, 래미안원페를라, 아크로리츠카운티, 신반포 메이플 자이 등 5개 단지가 분양을 내년으로 미뤘다.
대부분의 단지가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고 있지 않아 기약없는 상황이다. 이 중 작년부터 수차례 분양 일정을 연기하며 내년 상반기 입주 시기가 도래해 어쩔 수 없이 후분양을 선택한 곳도 있다. 후분양은 기본적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어 조합이나 청약 수요자 모두 꺼리지만 강남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후분양도 완판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분양가 책정 시기를 엿보며 일정을 연기한 것이다.
조합에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법안이라도 통과된 후 분양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재건축 종료 시점의 집값에서 개발비용과 평균 집값 상승분을 뺀 초과이익이 조합원 1인당 3000만원이 넘으면 최대 50%까지 부담금을 부담해야 한다. 재초환법 개정안은 부담금 면제 금액 기준을 기존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하고 부과 구간 단위를 기존 30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다. 장기보유 1주택자는 주택 준공시점부터 역산해 보유기간에 따라 부담금을 추가 감면해 상당 부분 부담을 줄여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여야 이견으로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공사 한 관계자는 “분양가가 오르는 추세여서 급한 단지가 아니라면 조합이 분양 일정을 연기한다”며 “일반분양에서 수익성을 높여 공사비 인상분을 메우려고 하는 것인데 강남은 분양가상한제 단지인데다 재초환 부담이 커분양을 미뤄서라도 규제 완화를 기대하자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 래미안 원펜타스 조감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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