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는 25일 1분기 실적 공시를 통해 매출 37조7787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4.7% 증가한 것으로 역대 1분기 중 최대 성적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6.3% 증가한 3조5927억원을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으로는 역대급 성적을 낸 것이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산업계 전반적인 불황속에서 현대차가 일궈낸 1분기 호실적 배경으로 정의선 회장의 전략을 꼽고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해외에서 가성비 좋은 중·소형차 위주로 판매하던 회사로 여겨졌지만, 정회장 취임 이후 제너시스와 SUV 등 수익성이 높은 차량 판매를 늘리고, 특히 일찌감치 전기차 투자를 강화하면서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해 1분기(1~3월)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13.2% 증가한 102만 1712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해 13.2% 증가한 수치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 아이오닉 6의 글로벌 본격 판매 등에 따른 친환경차 판매 호조로 전년 동기보다 10.7% 늘어난 83만 665대가 팔리면서 매출을 견인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연말 출시한 ‘7세대 디 올 뉴 그랜저’가 본격 판매되고 SUV와 제네시스 라인업 등 고부가가치 차종이 견조한 판매를 보인 결과 전년 동기 대비 25.6% 증가한 19만 1047대가 판매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올해 1분기 판매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및 기타 부품의 수급 상황이 개선됨에 따라 생산이 늘었고, 판매량도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며 “2분기에는 계절적 성수기 진입에 따라 양호한 실적을 기대하면서도 러시아 전쟁 등 지정학적 영향 및 인플레이션 확대,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가 있어 수익성 방어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을 위해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내에서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준공 시기를 앞당길 계획이다. 동시에 북미산 배터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배터리 제조사인 SK온과 합작사를 설립, 2025년까지 총 6조5000억원을 투자해 전기차 약 30만대 분의 배터리 셀을 공급받을 계획이다.
해외 뿐 아니라 국내 투자로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글로벌 톱3 업체로 도약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국내 전기차 분야에만 24조원을 투자한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을 364만대로 확대하고 총 31종의 전기차 라인업을 갖춰 세계 전기차 시장의 핵심 사업자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현대차그룹의 투자 확대와 판매량 증가로 인해 2026년에는 글로벌 1위 업체로 등극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글로벌 차량 판매량 기준 1위 완성차 업체인 도요타(지난해 1048만대 판매)와 2위 폭스바겐그룹(840만대 판매)이 중국에서 위기를 겪는 동안 현대차그룹은 미국과 인도 시장을 확대해 2023년 완성차 750만대 판매에서 2026년 920만대 판매에 성공할 것이란 이유에서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3년간 미국과 인도 판매량이 각각 50만 대 증가할 전망이다.
올해 1분기 실적만으로 도요타를 제칠 가능성도 커졌다. 이날 현대차에 이어 26일 실적을 발표하는 기아까지 포함한 양사 합산 영업이익은 6조원에 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서 추정하는 기아차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3000억원으로 현대차와 더하면 5조9100억원 수준이 된다. 이는 NH투자증권이 제시한 올해 1분기 도요타의 영업이익 전망치인 5094억엔(5조710억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한편 현대차는 이날 새 배당 정책을 발표했다. 배당 기준을 기존 잉여현금흐름(FCF, Free Cash Flow)에서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으로 바꿨다. 또 배당 성향은 연간 연결 지배주주 순이익 기준 25% 이상으로 설정했다. 배당 주기도 기존 연 2회(반기)에서 연 4차례(분기)로 늘리기로 했다. 향후 3년에 걸쳐 보유 중인 자사주를 매년 1%씩 소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