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알리는 靑화보에 日디자이너 의상...與 "친일 프레임"

  • 등록 2022-08-24 오후 9:51:19

    수정 2022-08-24 오후 10:59:04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문화재청이 한복 홍보를 위해 패션지 보그와 함께 청와대에서 촬영한 화보에 일본 디자이너 의상이 포함된 가운데, 국민의힘에선 ‘친일 프레임’을 언급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은 24일 오후 페이스북에 “청와대 개방은 구중궁궐의 ‘제왕적 대통령’을 끝장내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역사적 결단이자 불가역적 개혁”이라며 “그런데도 ‘창경궁 격하’ 운운하면서 사진 하나 붙잡고 딴지를 거는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뒤틀린 심보가 외려 짠하다”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화보 콘셉트가 아쉬웠을 수는 있어도, 패션화보 촬영 좀 했다고 ‘품격’ 운운하는 건 좀스럽다”라며 “부러우면 지는 거다”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개방마저 뭔가 친일 프레임 비스름하게 씌우려나 본데, 지겹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패션 잡지 ‘보그 코리아’는 ‘청와대 그리고 패션!’이라는 제목의 화보를 여러 장 공개했다.

이 화보는 청와대 본관과 영빈관, 상춘재, 녹지원 등에서 촬영됐다. 문화재청은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방문으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해 보그와의 협업을 추진했다”고 밝혔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이 가운데 탁 전 비서관은 이날 2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아주 솔직하지 못한 거라고 생각한다. 그 결과물을 실제로 보면 알겠지만 한복만 찍은 게 아니다. 다른 여러 가지 복장들을 다 갖추고 있고 심지어는 일본의 아방가르드 대표 디자이너인 류노스케 오카자키라는 사람의 작품도 있다. 그런 것들을 자꾸 숨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에서 촬영한 보그 화보(왼쪽), 일본 디자이너 류노스케 오카자키가 만든 드레스를 입은 모델의 영국 잡지 ‘attitude’ 화보
최영호 문화재활용국 활용정책과장은 전날 KBS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한복을 강조했다.

최 과장은 “과거 청와대가 경복궁 후원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문화예산도 많이 있어서 청와대에서 한복을 알리면 더 많이 알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취지에서 협업한 것”이라고 말했다.

탁 전 비서관이 페이스북에 “창경궁을 구경거리로 만든 일제 만행이 생각난다”라며 “국가의 품격이 떨어진 거 아니냐”라고 지적한 데 대해선 “보그 잡지가 140년의 역사를 갖고 전 세계 27개국에 발간되는 세계적인 잡지로서 영향력이 상당히 크다. 그런 보그지가 우리 한복의 새로운 현대적 해석을 통해서 청와대를 알리려고 협업한 것인데 창경궁으로 비유한 것은 전혀 맞지 않는다”라고 반박했다.

다만 논란이 된 화보는 전 세계에서 발행하는 잡지가 아닌 한국판에만 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보그 코리아는 홈페이지에 올린 화보들을 모두 비공개 처리했다.

문화재청도 “향후 청와대에서의 촬영 등 허가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고 다양한 견해를 수용해 신중을 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탁 전 비서관은 “(화보를 찍은 모델) 한혜진 씨는 아무 잘못이 없다”라며 “문제는 정부의 미숙함으로 예술인이나 (예술) 집단의 평판에 해를 끼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탁 전 비서관은 “문화재청이 관리 주체가 됐다면 (청와대도) 문화재에 준한 관리가 필요한 시설”이라며 “문화재를 행사 공간으로 사용하려면 심사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정권) 임의대로 기준 없이 마구 사용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현 정부가 ‘청와대를 개방했다’는 표현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지속해서 확대·개방돼 왔다”라며 “윤석열 정부에서 청와대를 폐쇄하면서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모른 채 방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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