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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바이오팜 직원들이 맛본 ‘상장 대박’은 미국의 유능한 젊은이들이 백만장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실리콘 벨리의 벤처들을 직장으로 선호하는 현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SK바이오팜(326030)에 근무하는 직원 200여명이 1인당 배정받은 우리사주는 평균 1만1000여주, 금액으로는 5억7000여만원 가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SK바이오팜 직원들이 우리사주를 매입할 당시 적용한 가격은 공모가인 4만9000원이다. 22일 기준 SK바이오팜 주가가 18만8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직원 1명당 평균 16억3200만원 가량의 차익을 본 셈이다.
SK바이오팜의 팀장급 직원 15명은 평균 10억원 가량의 우리사주를 배정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주식수로는 2만주를 넘어선다. 22일 SK바이오팜 주가를 적용하면 SK바이오팜 팀장급 직원은 어지간한 강남 아파트 가격에 버금가는 금액인 평균 28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거두고 있는 상황이다.
호사다마(好事多魔)일까. 우리사주로 대박을 내고 있는 SK바이오팜이지만 요즘 회사 내부적으로는 분위기가 뒤숭숭하다는게 내부 관계자들의 얘기다. 특히 단기간에 수십억원씩 시세차익을 낸 직원 가운데 상당수가 이미 사직서를 냈거나 퇴사를 고민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주변에서 우리사주 대박을 쳐서 축하한다면서 회사는 계속 다닐 거냐고 묻는 전화를 많이 받는다”면서 “부처가 아닌 이상 큰 목돈이 생긴 상황에서 자연스레 퇴사를 한번쯤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SK바이오팜에서 근무하는 A씨도 사직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케이스다. A씨는 배정받은 우리사주를 팔게 되면 시세차익으로 16억원 가량의 목돈을 마련할수 있는 상황이다. 그는 “최근 함께 일하던 팀장과 팀 상사가 잇달아 회사에 사표를 내면서 내가 맡아야 하는 업무량이 크게 늘어났다”면서 “그러잖아도 회사를 그만두고 우리사주 차익을 일찍 실현하는게 올바른 선택인지를 고민하고 있는데 마음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약을 개발한 SK바이오팜 경력 때문에 재취업 가능성이 크다고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실직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은 퇴사를 주저하게 한다. 또 퇴사를 고민하는 직원들이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는 변수는 지금 사직을 신청하더라도 현재의 시세차익을 보장받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SK바이오팜에 퇴직의사를 밝히더라도 최소 1개월은 추가로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근무해야하고, 우리사주 매각은 그 다음달 중순께 일괄적으로 이뤄진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결국 퇴사 시점을 기준으로 평균 45일 이후의 SK바이오팜 주가가 우리사주의 실제 매도가격이 된다는 얘기다. 최악의 경우 SK바이오팜 주가가 현재는 공모가 대비 3배 가량 오른 상황이지만 45일이 지난 공모가 수준이나 그 이하로 떨어질 경우 아무런 시세차익도 얻지 못하고 멀쩡하게 다니던 회사만 그만두는 악수를 둘수도 있는 셈이다.
상당수 직원들이 이미 퇴사를 단행했거나 이를 고민하는 배경에는 우리사주에 대한 매각을 최소 1년간 유예하는 보호예수 제도가 도사리고 있다. SK바이오팜처럼 우리사주로 배정받은 주가가 급등해 중간에 차익을 실현하고 싶어도 1년내에는 팔 수 없어 직원들이 결국 퇴사라는 이익실현 전략을 펴는 형국이다.
한 바이오업체 임원은 “우리사주에 대한 보호예수기간을 현행 1년에서 6개월로 단축해 기관등 대주주와 동등하게 만드는 것도 직원들의 퇴사 현상을 줄이는 데 상당한 효과를 낼 것”이라면서 “회사의 주가가 급상승한 상황에서 1년의 보호예수기간은 직원들이 마냥 기다리기에 너무 긴 세월이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코스피에 상장하는 회사들에 한해 전체 상장주식의 20%를 사실상 의무적으로 우리사주 물량으로 배정하게 규정하고 있는 현행 자본시장법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SK바이오팜처럼 직원수가 200여명에 불과한 회사의 경우 상장주식의 20%를 우리사주로 배정하게 되면 직원 1인당 확보할수 있는 주식규모가 지나치게 많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SK바이오팜의 경우도 우리사주로 할당된 물량이 직원수에 비해 과다해 전체 배정물량의 40%는 직원들이 소화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우리사주 배정물량 비중을 사실상 강제적으로 20%로 정하기보다는 직원규모나 회사 성격에 따라 차등 적용할 수 있는 개선책이 필요하다”며 “미국 현지서 첫 신약을 개발한 SK바이오팜이 IPO 자금으로 미국시장을 공략해야 할 때에 퇴사 문제로 조직이 뒤숭숭한 것이 안타깝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