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고려한 듯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최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면담한 자리에서 “제가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투자 확대”라고 언급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 인센티브 부여 등에 기대기에 앞서 재계 맏형격인 삼성이 선제적으로 투자에 나서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삼성 관계자는 “앞으로 5년은 새로운 미래 질서가 재편되면서 한국 경제의 발전과 쇠락을 가르는 변곡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래 먹을거리와 신성장 IT 분야에 집중 투자해 사회 전반에 역동성을 불어넣고 국민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뜻을 비춘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는 지원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 비전인에 맞춰 ‘역동적 혁신성장’을 끌고 가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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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앞서 2021년 1월 사장단 회의에서 “변화를 읽어 미래를 선점하자. 오로지 회사의 가치를 높이고 사회에 기여하는 데 전념하자”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투자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은 5년간 투자할 450조원 중 80%인 360조원을 국내에 쏟아붓기로 했다. 미중 갈등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변경에 따라 미국 내 투자 압박을 받고 있긴 하지만 삼성은 투자 대부분을 국내에 활용하고 국내 일자리 창출까지 이뤄내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이 같은 투자 규모는 역대 최대다. 올해 정부 예산이 600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규모다. 삼성은 지난해 이 부회장이 가석방될 당시 3년간 240조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연간 80조원 투자 규모였지만, 앞으로는 연간 10조원을 더 늘려 90조원씩 쏟아붓겠다는 얘기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공급망 붕괴, 인플레이션 고조 등 대외 불확실성이 상당히 커져 있는 상황이지만 미래 준비를 위해 투자 규모를 더욱 늘린 셈이다.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분야의 경쟁력도 강화해 3나노 이하 제품을 조기 양산하면서 글로벌 1위인 TSMC를 따라잡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평택 3라인 외에 4~6라인까지도 증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분야에서만 ‘200조원+α’가 투입될 것으로 추정한다.
삼성 관계자는 “삼성의 파운드리 사업이 세계 1위로 성장할 경우 삼성전자보다 큰 기업이 국내에 추가로 생기는 것과 비슷한 경제적 효과가 있다”며 “경제안보 측면에서도 반도체·바이오 공급망을 국내에 두는 것은 수치로 표현되는 그 이상의 전략적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사업은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로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및 시밀러(복제약)를 주축으로 하는 사업구조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외 미래 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인공지능(AI), 차세대 통신 등 신성장 IT 분야에서는 ‘초격차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투자안에는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위한 실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30조~50조원 가량의 M&A 자금을 확보하고 자동차 전장(전기장치), 로봇 분야 등 매물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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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8만명 신규채용…공채제도 계속 유지
삼성은 ‘청년 고용 절벽’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용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삼성은 당초 3년간 4만명이었던 고용계획을 보다 확대해 5년간 8만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 연간 1만3000명 규모에서 1만6000명 규모로 확대된 셈이다. 반도체, 바이오, 신성장 IT 등 첨단 핵심사업 중심으로 채용을 늘리고, 5대 그룹 중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는 신입사원 공채제도도 계속 유지한다.
이외 대규모 투자에 의한 고용유발 인원 101만명, CSR(사회공헌활동)·상생활동에 따른 고용유발 인원 6만명 등 총 107만개의 간접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삼성은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