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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불이 났을 때 미세먼지 상황이 좋지 않다고 대피를 안하나요?”
20일 오후 2시 경기도청 북부청사를 찾은 한 민원인이 `미세먼지로 인해 근무자들은 별도의 대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청사 내부 방송을 듣고 한 말이다.
정부가 주관해 전국적으로 시행된 화재대피훈련에 공공기관이 미세먼지를 이유로 대피훈련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훈련의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최근 대구 사우나와 서울 종로 고시원에서 잇따라 발생한 대형 화재를 방지하고 연중 화재가 가장 많은 봄철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제410차 민방위의 날인 20일 오후 2시부터 전국에서 화재대피 훈련을 실시했다. 정부는 이번 훈련에 모든 공공기관이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하고 백화점과 대형마트, 극장 등 다중이용시설을 보유한 15개 그룹사에 따로 공문을 보내 민간차원의 참여를 유도했다.
하지만 경기도청 북부청사는 이날 건물 내부에 중앙민방위경보통센터에서 시행하는 민방위 통제방송을 전파하는 동시에 “심한 미세먼지 상황으로 건물 내부 근무자들은 별도의 외부 대피훈련을 시행하지 않고 내부에서 훈련을 진행한다”고 따로 방송했다.
도 관계자는 “재난취약계층의 훈련 참여 여부를 자체 결정하라는 행정안전부의 공문을 받아 건물 외부 대피 훈련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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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관련 정부 대응 역시 별다른 메뉴얼이 없어 지자체의 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는 학생의 훈련 참여는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실외 대피훈련을 실내 훈련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지만 구체적인 미세먼지 수치에 따른 훈련 연기나 참여 대상 조정 등의 기준은 따로 만들지 않았다.
훈련 당일 오전 미세먼지 상황이 ‘나쁨’ 단계로 나타나자 행안부에는 여러 공공기관의 훈련 참여 여부를 묻는 전화문의도 여럿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행안부 관계자는 “미세먼지가 최근 들어 기후문제로 떠오르면서 이번 훈련에는 이와 관련한 대응 메뉴얼을 만들지 않아 지자체 등 여러 공공기관에서 약간의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다음 훈련부터는 이에 대한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