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 bhc의 ‘고올레산 해바리기 오일’, 필수공급품목에서 제외될 수 있을까. 필수공급품목은 가맹본부가 가맹점 간 맛의 동질성을 유지하기 위해 강제 공급하는 최소한의 원·부재료 품목이다.
닭튀김용 기름은 치킨업계에서 영업 비밀을 이유로 원가공개는 물론 필수공급품목에서 제외하길 꺼려하는 핵심 품목 중 하나다. 앞서 치킨 프랜차이즈 bbq도 자체 상생방안을 발표하면서 닭고기와 오일, 소스를 뺀 필수구입품목에 대해서만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닭튀김용 기름은 각 치킨업체가 오랜 연구개발을 통해 내놓은 성과물”이라며 “치킨 고유의 맛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품목인 만큼 가맹점 간 맛의 ‘동질성’을 위해 강제하고 있는 핵심 품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가맹본부와 가맹점 간 계약 시 필수품목에 대한 공급을 조건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필수품목이 아닌 유사품을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계약 위반이자 가맹 해지사항”이라고 강조했다.
bhc 점주들은 지난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에서 필수공급품목으로 지정해 가맹점에 공급해온 고올레산 해바라기 오일의 납품가와 공급가 차액에 대한 사기 혐의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고올레산 해바라기 오일은 점주들에게 15ℓ당 6만원이 넘는 가격에 납품되면서도 원가는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진 품목이다. 기름은 닭을 튀기는데 꼭 필요한 품목인 만큼 가격 부담은 낮추고 품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점주들의 요구다.
bhc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출한 고올레산 해바라기 오일 구입 및 공급가를 보면 롯데푸드에서 bhc 본사가 15ℓ당 2만8890원~4만3000원 수준에서 구입해 가맹점에 6만1000원~6만4500원에 공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롯데푸드에서 bhc가 연구개발한 레시피를 토대로 오일을 만들어 bhc 본사에 1차 공급하고 이를 받은 bhc본사가 가맹점에 2차 공급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개발비나 유통비용이 발생한다.
bhc 본사 관계자도 “bhc가 연구개발한 노하우로 롯데푸드 내 공정시설을 활용해 고올레산 해바라기 오일을 만들면 본사 측에서 이에 대한 대가를 지불 하고 가맹점에 납품하는 방식”이라며 “필수공급품목인 고올레산 해바라기 오일을 쓰지 않겠다는 것은 애초 계약 사항에 어긋나며 가맹해지 사유”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는 지난 2월 ‘재료 값을 과도하게 높게 받는 가맹본부 행위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겠다’는 취지의 가맹사업법 개정법률안을 냈지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과도하게 높다’는 기준 설정이 모호한 데다 자칫 국가가 시장경제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비난을 살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