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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아베 신조(安部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2일 총선 압승으로 평생 숙원인 평화헌법(일본헌법 9조) 개정에 한 걸음 다가섰다. 실현까지는 아직 많은 관문이 남았지만, 추진하는 그 자체로도 주변국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아베 압승에 중의원 80% 이상 ‘개헌세력’
23일 일본경제신문(닛케이)을 비롯한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일 치러진 중의원 선거 결과 개헌에 찬성하는 이른바 ‘개헌 세력’이 국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석(465석 중 310석)을 훌쩍 넘어섰다. 아베 총리가 당수로 있는 자유민주당(284석)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29석), 보수 성향의 야당 희망의당(50석)과 유신당(11석) 등을 고려하면 중의원 전체 의석의 80%에 달한다.
아사히(朝日)신문이 도쿄대학 정치연구소와 조사 결과 중의원 당선자 82%(응답자 436명 중 359명)가 선거 전 개헌 찬성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자민당(찬성 97%), 공명당(86%), 희망의당(89%), 유신회(100%)는 물론 진보 성향의 제1야당 입헌민주당 내에서도 13명(25%)은 개헌 찬성 뜻을 밝혔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취임 이후 줄곧 헌법9조 개정을 통해 일본의 군사력을 공식화하려는 노력을 이어 왔다. 헌법 근거가 불분명한 자위대를 ‘국방군’으로 격상하려 했다. 또 이 계획이 안팎의 반대에 부딪히자 올 5월엔 핵심 조항인 1~2항은 유지한 채 ‘자위대’라는 명칭만이라도 헌법 내에 명기하는 개헌안을 제시했다. 자민당은 이를 이번 선거의 5대 공약으로 내걸고 그 필요성을 호소해 왔다. 아베 총리는 선거 기간 “(자위대 위헌) 논쟁에 종지부를 찍고 싶다”고 강조해 왔다.
안팎에 신중론…국민투표까진 ‘첩첩산중’
한국이 당장 우려할 상황까지는 아니다. 일본이 개헌 발의를 위한 중의원 의석수를 확보했다고 하더라도 국민투표 가결을 보장할 순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베 총리나 집권 여당인 자민당도 신중한 모양새다.
개헌 강경 반대파인 입헌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약진하며 제1야당으로 부상한 것도 아베 총리와 자민당에는 큰 부담이다. 입헌민주당의 의석수는 55석으로 전체의 12%밖에 안되지만 엄연히 제1야당이 됐다. 국민투표 전 ‘여당과 제1야당이 합의한 개헌안’이란 모습을 연출하는 게 사실상 어렵게 된 것이다. 여기에 제2야당 희망의당도 개헌 자체는 찬성하지만 자민당에 쉽사리 주도권을 내주지 않을 태세다. 벌써 개헌 항목·조문 개정에 사사건건 개입할 조짐이다.
아베 총리 정부와 자민당이 선거 압승에도 개헌 논의에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동 여당인 공명당은 물론 희망의당, 유신당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게 기본 전제다.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선거는 끝났지만 신중히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 역시 개헌 논의에 직접 나서지 않고 당에 이를 위임키로 했다. 그는 개헌 시기 질문에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며 “희망의당, 유신회 등 다른 당의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닛케이는 “개헌 발의는 현실화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논의는 굴곡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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