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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 중국의 수입차량에 대한 관세가 너무 높다며 비난했다. 다음 달 초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이 재차 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등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의 자동차 관세는 정상회담에서도 주요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경제고문인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이날 리커창 중국 총리와 비공개 회담을 열고 중국이 수입 자동차에 높은 관세를 매긴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미국의 자동차 부문 무역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는 다음 달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주요 안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리 총리는 “모든 나라가 무역 문제에 직면해 있다. 중국 역시 호주 등과 같은 나라에서 원료를 많이 수입해 무역적자를 겪고 있다”고 대응했다.
실제로 중국이 세계 최대 자동차 소비시장이 된 데에는 고관세 부담을 덜기 위해 미국, 일본, 유럽 국가 기업들이 현지에 대규모 조립 공장을 세운 영향이 크다. 피아트크라이슬러 중국법인의 전 최고경영자(CEO) 빌 루소는 “같은 차종이라도 수입차는 현지에서 생산된 차보다 가격이 두 배가 높다”면서 “이는 중국 현지화를 위한 강력한 동기가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피아트크라이슬러는 현지 생산을 통해 훨씬 많은 이윤을 남겼기 때문에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아울러 자동차 가격이 운송 및 유통, 인증, 옵션, 시장규모 및 환경 등 다른 요소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단순히 고관세 때문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중국의 관세와 관련해서는 말을 아끼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또 미국이 자동차 무역에서 적자를 보는 것도 중국 때문만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제너럴모터스(GM)은 뷰익 엔비전 모델을 중국 산동성 공장에서만 생산되기 때문에 미국에 판매하려면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출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에 공장을 더 지으라는 입장이지만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기업의 생산·투자 결정이 쉽게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한편 미국은 독일과도 자동차 무역적자 문제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독일 빌트지와의 인터뷰에서 뉴욕에서 벤츠가 쉽게 보이지만 독일은 쉐보레를 비슷한 비율로 사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미국 뉴욕 5번가에 독일 차가 별로 없다”고 비꼬면서 “독일의 무역 흑자는 독일 제조업 제품의 높은 품질 때문”이라고 대응했다.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경제부총리도 “미국 차를 더 잘 만들면 될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