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민정 기자] “(발달장애 가족) 사람들은 참 좋았는데…죄 없는 사람들이 무슨 변이야 이게.”
밤새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도시 곳곳이 침수되면서 9일 오후까지 복구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도림천과 밀접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대방역 인근은 동네가 전부 허리까지 물이 차오르며 침수 피해가 큰 상황이다. 전날엔 싱크홀로 인해 순식간에 반지하 주택으로 물이 들어차면서 발달장애 일가족이 참변을 당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폭우로 인해 땅이 꺼져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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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이데일리가 참변을 당한 발달장애인 가족의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을 찾아본 결과 오후까지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인근 주민들과 더불어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찾아온 시민들은 연신 “안타깝다”고 입을 모았다. 숨진 일가족과 같은 빌라에 살던 김모(55)씨는 “사람들이 좋아서 가끔 커피도 같이 마시고 잘 지냈었다”며 “10년간 알아왔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평소 일가족의 어머니와 교류가 있었던 60대 여성 A씨는 “어제 갑자기 가족들과 연락이 안된다고 하던데 사고 소식을 듣고 놀랐다”며 “이 건물 반지하가 창문을 깨도 나올 수가 없는 구조인데다 여기 주변은 다 난리”라고 울먹였다.
앞서 이날 새벽 0시 26분쯤 폭우로 인해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반지하 주택에 살던 40대 여성 2명과 10대 딸이 침수로 숨졌다. 침수 신고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지인이 경찰에 신고해 배수 작업이 진행됐지만 일가족은 사망한 상태였다. 이들과 함께 살던 모친은 병원 진료를 받기 위해 잠시 외출한 상태였다.
| 전날 폭우로 인해 고립되면서 참변을 당한 발달장애 가족이 살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반지하 주택.(사진=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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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피해뿐 아니라 재산 피해도 막대한 상황이다. 전날 도림천이 범람하면서 신림동 일대 반지하와 지하상가들은 모두 침수 상태로 주민들은 물을 빼내느라 정신이 없었다. 지하 1층에 있는 체육관의 70대 건물주 최명순씨는 파란 호스를 이용해 물을 빼는데 한창이었다. 최씨는 “어젯밤부터 침수돼서 기계랑 컴퓨터, 재료들 모두 물에 잠겼다”며 “밤에 한숨도 못 잤다”고 하소연했다.
엘리베이터 아래로 들어찬 물을 빼내며 도로를 향해 빗자루질을 하던 신모(41)씨 또한 폭우로 인한 재산피해를 측정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신씨는 “차는 폐차해야 할 상황이고 엘리베이터도 고장 났다”며 “유리 문도 금이 가고 가게들이 다 침수돼서 착잡하다”고 설명했다.
관악구 의회 관계자는 “도림천 근방에 있는 빌라 건물들은 그냥 다 침수됐다고 보면 된다”며 “지대가 낮은데 범람까지 하다 보니 피해가 막대하다. 지하 층을 자재 창고로 쓰는 시민들은 수억 원대 재산피해를 입은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날 밤에 한차례 비가 쏟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현재 경기남부와 충청권을 아우르는 지역을 중심으로 강한 비구름대가 유지 중이며, 내일(10일) 아침까지 정체전선이 활성화되면서 수도권과 강원영서를 중심으로 시간당 50~100㎜의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정체전선이 밤중에 머무는 지역은 수증기를 품은 하층제트까지 더해지면서 비구름대가 굉장히 강하게 발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전날 폭우 영향으로 도림천이 범람해 인근 동네가 침수되면서 9일 오후 주민들이 물을 빼내고 있다.(영상=조민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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