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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권 전 대법관은 이미 화천대유와 관련해 여러 의혹들에 휘말려 온 상황이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9월 대법관 퇴임 후 같은 해 11월부터 화천대유 고문을 맡아 최근까지 월 1500만 원의 고액 고문료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우리는 영전 직전 부장판사 때 월 700만~800만 원 정도를 받았다. 그때 아마 우리가 가장 많은 일을 했을 것”이라며 “우리가 부장판사 때 일하던 것보다 화천대유에서 2배로 일했는지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권 전 대법관에 대한 의혹은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권 전 대법관은 소위 ‘재판 거래’ 의혹의 당사자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30일 공개한 대법원 출입 기록 자료에 따르면,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7월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내려진 것을 전후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 씨를 8차례에 걸쳐 만났다. 기록에 따르면 김 씨는 지난해 6월 15일 이 지사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로 회부되고 난 다음 날인 6월 16일 권 전 대법관을 방문했다. 방문 이틀 뒤인 지난해 6월 18일 대법관들은 전합 첫 심리를 열었고, 주심 대법관은 아니었지만 권 전 대법관은 이 지사에 대해 무죄 취지의 법리를 주장했다. 결국 권 전 대법관의 별개 의견이 다수 의견이 돼 전합 판결문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사법부 큰 어른 격인 권 전 대법관의 진심 어린 사과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불미스러운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잘못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대법관에 선관위원장까지 지낸 분이 이러저러한 의혹에 휘말린 것 자체가 일반 시민들에겐 법적 불신을 야기하는 행위”라며 “본인뿐만 아니라 법조계 전체에 불신을 주는 행위로 혼자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판사 출신 변호사도 “해명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최고위 공직에 있던 사람은 그만큼 국가에서 혜택을 받은 사람이기 때문에 개인적인 문제로 볼 수 없다”며 “김 씨와 부적절한 만남을 갖고 퇴임 후 변호사 등록 없이 고문 역할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사과부터 하는 것이 대법관 지낸 사람으로서 적절한 처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