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신약 개발 방식(Modality)을 갖고 있는 기업을 찾아야 합니다.” 최근 진단신약으로 주목을 받은 랩지노믹스(084650)의 자회사 리드컴파스 인베스트먼트(VC) 대표를 맡은 김태억(사진) 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본부장이 전하는 알짜 바이오기업을 고르는 기준이다. 김태억 대표를 8일 서울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기술경제학 박사(영국 리즈대학)로 ‘신약 후보물질 감별사’로 통한다. 2015년부터 지난 4월까지 K바이오의 해외 기술수출을 지원하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 몸담아 700여개로 추정되는 국내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정부 지원을 받은 600개의 가치를 모두 평가한 인물이다. 국내 신약 후보물질의 현황과 수준, 해외 신약개발 동향 등을 꿰뚫고 있다는 평이다.
김 대표는 “국내 바이오기업의 90%는 화학합성의약품의 경우 ‘카이나제’(인산화효소),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항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미 각각 1970년대 2000년대 세계시장을 제패했던 기술로 더 이상 기술의 독창성이 없고 자본력이 큰 다국적제약사가 이기는 싸움터라 셀트리온(068270)이나 삼성이 아니면 국내 기업의 승산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작년에는 핵산(유전정보를 담은 물질)을 이용해 RNA를 표적으로 하는 핵산 치료제가 떴고 앞으로 10년 내에는 저분자화합물(화학합성의약품)로 RNA을 공략하는 치료제가 부상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치료제로 인정된 렘데시비르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렘데시비르는) RNA를 공략하는 저분자화합물 치료제”라고 말했다. 핵산 치료제는 국내 바이오벤처에서 만성통증치료제를 개발중인 올리패스(244460), 상처 치료 후에도 흉터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비대흉터 치료제를 개발중인 올릭스(226950) 등이 개발하고 있다.
기획창업 모델에서는 3~5개 정도의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기 쉽다. 또 단순히 VC가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경영에도 참여한다. VC가 중장기 회사 성장모델을 창업자와 함께 논의하는 모델이다. 반대로 1인 교수 창업 모델은 창업자인 교수가 경영을 맡지만 10년 이상을 연구자 길만 걷다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로 나오기 때문에 경영면에서도 성공확률이 낮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차세대 신약개발 방식의 바이오기업을 기획창업 모델로 만들어 나스닥에 직상장하는 첫번째 성공사례를 만들고 싶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망한 바이오벤처에도 초기 투자자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