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억 “3세대 치료제 부상... 신약개발 방식도 기획창업 모델로”

김태억 리드컴파스 인베스트먼트(VC) 대표 인터뷰
코로나19로 뜨는 모더나 등, 새로운 백신 개발 방식
오래되고 경쟁 치열한 '카이나제·항체' 방식 한계
2세대 항체→3세대 핵산 치료제 등으로 전환
'1인 교수 창업'→'기획형 창업' 모델로 전환해야
  • 등록 2020-07-09 오후 5:04:50

    수정 2020-07-09 오후 9:43:16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미국의 바이오업체 모더나와 독일의 바이오업체 바이오엔텍, 최근 코로나19 백신개발 경쟁에서 주목받는 기업들이다. 공통점은 모두 단백질 합성 정보를 전달하는 ‘전령(메신저)RNA’ 를 이용해 백신을 개발한다는 점이다. 이는 약한 바이러스를 인체에 넣어 항체를 형성하는 일반적인 방식보다 백신을 더 빠르고 대량으로 생산할 것으로 기대되는 방식이다.

“새로운 신약 개발 방식(Modality)을 갖고 있는 기업을 찾아야 합니다.” 최근 진단신약으로 주목을 받은 랩지노믹스(084650)의 자회사 리드컴파스 인베스트먼트(VC) 대표를 맡은 김태억(사진) 전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 본부장이 전하는 알짜 바이오기업을 고르는 기준이다. 김태억 대표를 8일 서울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기술경제학 박사(영국 리즈대학)로 ‘신약 후보물질 감별사’로 통한다. 2015년부터 지난 4월까지 K바이오의 해외 기술수출을 지원하는 범부처신약개발사업단에 몸담아 700여개로 추정되는 국내 신약 후보물질 가운데 정부 지원을 받은 600개의 가치를 모두 평가한 인물이다. 국내 신약 후보물질의 현황과 수준, 해외 신약개발 동향 등을 꿰뚫고 있다는 평이다.

김 대표는 “국내 바이오기업의 90%는 화학합성의약품의 경우 ‘카이나제’(인산화효소),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항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며 “이미 각각 1970년대 2000년대 세계시장을 제패했던 기술로 더 이상 기술의 독창성이 없고 자본력이 큰 다국적제약사가 이기는 싸움터라 셀트리온(068270)이나 삼성이 아니면 국내 기업의 승산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카이나제는 화학합성의약품에서 항암제를 만들 때 약의 표적으로 가장 많이 삼는 효소 중의 하나(인산화효소)다. 백혈병치료제로 잘 알려진 노바티스의 ‘글리벡(이메티닙)처럼 성분명이 ‘닙’으로 끝난 약이 대부분 카이나제를 표적으로 해서 만든 약이다. 항체 의약품은 외부 이물물질인 ‘항원’에 맞서 싸우기 위해 혈액이 만드는 단백질인 ‘항체’ 반응을 이용한 치료제로 2세대 바이오의약품에 해당한다. 현재 세계 의약품 매출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 등이 항체의약품이다. 셀트리온은 항체 의약품의 세계 최초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을 만들어 항체 의약품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세계 의약품 시장의 무게추는 3세대 치료제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대표는 “작년에는 핵산(유전정보를 담은 물질)을 이용해 RNA를 표적으로 하는 핵산 치료제가 떴고 앞으로 10년 내에는 저분자화합물(화학합성의약품)로 RNA을 공략하는 치료제가 부상할 것”이라며 “코로나19 치료제로 인정된 렘데시비르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렘데시비르는) RNA를 공략하는 저분자화합물 치료제”라고 말했다. 핵산 치료제는 국내 바이오벤처에서 만성통증치료제를 개발중인 올리패스(244460), 상처 치료 후에도 흉터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비대흉터 치료제를 개발중인 올릭스(226950) 등이 개발하고 있다.

그는 바이오벤처 창업 모델에도 전환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 대표는 “교수(과학자) 1명이 신약 후보물질 1~2개를 갖고 세우는 현재의 ‘교수 1인 창업 모델’은 한계가 많다”며 “후보물질 1개 개발과정에서 실패하면 회사 전체가 휘청이거나 코스닥 상장하기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김 대표는 “최소 향후 5년을 내다본 후 가장 유망한 분야를 진단하고 그 영역에 필요한 기술을 가진 교수를 최소 2명이상 묶어서 VC와 함께 회사를 설립하는 ‘기획창업형 모델’이 필요하다”며 “현재 RNA 관련 신약개발로 국내 기술을 지닌 이들과 기획창업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기획창업 모델에서는 3~5개 정도의 신약 후보물질을 확보하기 쉽다. 또 단순히 VC가 투자만 하는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경영에도 참여한다. VC가 중장기 회사 성장모델을 창업자와 함께 논의하는 모델이다. 반대로 1인 교수 창업 모델은 창업자인 교수가 경영을 맡지만 10년 이상을 연구자 길만 걷다 냉혹한 비즈니스 세계로 나오기 때문에 경영면에서도 성공확률이 낮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차세대 신약개발 방식의 바이오기업을 기획창업 모델로 만들어 나스닥에 직상장하는 첫번째 성공사례를 만들고 싶다”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 유망한 바이오벤처에도 초기 투자자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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