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중 경영정상화 방안…3년 장기플랜 짠다
14일 채권단과 두산그룹 측에 따르면 두산그룹 지주회사인 (주)두산은 이사회를 열어 두산그룹의 구조조정과 자금조달 계획을 담은 자구안을 논의했다. 공식적으로는 소액주주의 중간배당 의결을 위해 모였으나, 자구안과 관련해 앞으로 대응방안을 주로 토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지금까지 두산그룹에 약 2조4000억원의 신규 유동성을 지원했다. 두산그룹은 자산매각 등을 통해 최소 3조원 이상의 유동성을 마련하고 사재출연과 인력 구조조정을 담은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했다. 두산그룹을 실사 중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르면 다음 주 결과를 채권단에 통보할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그룹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채권단과 협의한 뒤 이르면 이달 중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두산그룹의 경영정상화을 놓고 3년 이상의 장기 스케줄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1년 이내 끝내는 다른 구조조정과 달리 기간을 넉넉하게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 이후 시장 상황이 불안정한 데다 시간에 쫓기면 알짜 자산을 헐값에 매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제값을 받겠다는 뜻이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두산 구조조정은 부채와 자산을 동시에 줄여서 금융비용 부담을 낮추고 지속 가능한 경영형태가 되도록 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목표”라며 “이 같은 목표를 바탕에 두고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동성 확보 자산매각이 관건‥실패땐 대규모 자금 수혈 불가피
채권단은 두산에 대한 추가 지원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두산이 완전히 정상화할 때까지 유동성 확보 상황을 봐가며 브릿지론 형태의 자금지원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두산그룹이 올해 갚아야 할 차입금은 4조2000억원 규모다. 두산은 지금까지 채권단에서 2조4000억원을 수혈받았다. 시중은행에서 빌린 차입금 약 8000억원은 만기연장이 될 가능성이 커 매각 추진 중인 두산솔루스나 두산타워 등이 순조롭게 팔리면 한숨 돌릴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시장 상황이 불확실하다는 점을 변수로 꼽고 있다. 계획대로 자산매각이 안 된다면 채권단이 다시 또 대규모 자금을 추가 수혈해야 할 가능성도 크다고 보고 있다. 현재 두산이 매각계약을 체결한 것은 두산타워 정도다. 이를 통해 손에 쥐는 현찰은 1000억~2000억원에 불과하다. 관건은 몸값 8000억원 안팎으로 평가받는 두산솔루스 매각이다. 이미 사모펀드(PEF)에 매각하려다 가격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틀어지며 공개매각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잠재 인수자인 국내 대기업들도 시장 상황이 불확실해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후 경기가 더 고꾸라진다면 인수자를 찾기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서는 연내 두산솔루스 등 매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채권단에서 최대 1조원 안팎의 추가 자금지원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두산이 채권단에서 지원받은 한도대출과 보유자금 등으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등은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자구안이 확정되고 자산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이 계획대로 확보되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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