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성분 오류 알고도…코오롱생명과학 허위자료 제출해 은폐 시도

식약처 조사결과 발표
신장세포 존재 알고도 모른척
연골세포가 주선분이라 속여
  • 등록 2019-05-28 오후 8:12:33

    수정 2019-05-28 오후 8:12:33

강석연 식픔의약품안전처 바이오생약국장이 의약품 성분이 뒤바뀐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강경훈 기자] 세계최초 퇴행성관절염 유전자치료제로 관심을 모았던 ‘인보사케이주’(사진 이하 인보사)는 과학의 생명인 신뢰성과 객관성을 훼손한 채 출시 2년을 채우지 못하고 사라지게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8일 인보사에 대한 품목허가를 취소했다. 개발사인 코오롱생명과학(102940)과 이우석 대표이사는 형사고발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제출했던 자료가 허위로 밝혀진 탓이다. 허가가 취소된 만큼 재출시를 위해서는 처음부터 다시 신약개발 과정을 밟아야 할 처지다.

식약처는 코오롱 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의 진위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에 2액이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와 이유를 밝힐 수 있는 자료 일체를 요구했다. 이와 동시에 △코오롱생명과학 충주공장에서 확보한 인보사 세포에 대한 자체 실험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현장조사 △미국 현지실사 등을 펼쳤다. 애초 예상됐던 식약처의 조사결과 발표는 일러야 6월 초였다. 그만큼 따져봐야 할 자료들이 방대했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미국 현지 실사단이 조사를 마치고 귀국한 지 이틀 만에 최종결과를 내놨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자료를 허위로 만들고 불리한 자료는 누락하는 등 잘못으로 의심할 정황이 명백했다”고 말했다.

인보사는 다지증환자에게서 얻은 연골세포와 성장인자를 잘 만들도록 형질전환한 연골세포를 주성분으로 허가받았다. 인보사는 연골세포가 주성분인 1액과 형질전환 연골세포가 주성분인 2액으로 구성된다. 이중 형질전환세포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라는 게 밝혀지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코오롱 측은 지난 4월 1일 기자간담회에서 ”개발 초기 과학기술로는 이를 밝힐 수 없었다”며 “초기 개발단계부터 상용화까지 세포가 변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표시사항만 변경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 측 허가 위해 불리한 자료 숨기고 허위 자료 제출

하지만 확인 결과 코오롱 측은 신장세포의 존재를 개발 단계에서 이미 알고 있었다. 신장세포에서만 특이하게 발현하는 유전자를 개발 과정에서 확인했다는 자료가 식약처 조사에서 드러났다. 코오롱 측이 인보사 허가를 위해 식약처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인보사의 1, 2액의 유전자 발현 패턴이 유사하다. 두 액 모두 연골세포가 주성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실험에서는 두 액의 유전자 발현 패턴이 달랐다. 식약처 관계자는 “1·2액의 주성분이 연골세포, 신장세포로 다르기 때문”이라며 “코오롱 측은 두 액의 유전자 발현 패턴을 비슷하게 만들기 위해 1액과 2액을 섞은 것과 2액을 비교했다”고 말했다. 그러면 두 액의 유전자 발현 패턴은 비슷해진다. 하지만 이 패턴은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의 유전자 발현 패턴이라는 게 식약처의 설명이다.

◇44일 지나면 세포 사멸…안전성 우려 없다

환자들이 걱정하는 것은 신장세포의 종양원성이다. 종양원성은 무한히 증식하는 성질을 의미하는데 신장세포는 종양원성이 강하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암 발생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현재까지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강 국장은 “세포사멸실험을 통해 44일 후 세포가 더 이상 생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임상시험 참가자에 대한 장기추적 관찰 결과 약물과 관련된 중대한 부작용이 없었고 전문가들의 자문으로도 이를 확인한 만큼 현재까지 인보사의 안전성에는 큰 우려가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만약의 경우에 생길 수 있는 부작용에 대비하기 위해 식약처는 인보사를 투여받은 환자 3700여명 전수를 대상으로 특별관리와 15년간의 장기 추적조사를 추진 중이다. 장기 추적조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책임 하에 진행되지만 이를 위해서는 인보사 치료를 받은 환자가 자발적으로 등록을 해야 한다. 개인정보보호법 상 코오롱생명과학은 환자 정보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27일 현재 장기추적에 응한 환자는 245개 병원 1040명으로 전체 환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중요 검증요소 식약처가 직접 재검증하기로

식약처는 인보사 사건을 계기로 회사가 제출한 자료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 단계부터 시판에 이르는 전주기 안전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유전자치료제 등 첨단바이오의약품에 대한 허가심사 역량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재검증이 필요한 경우 최신의 시험법으로 다시 시험해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중요한 검증요소는 식약처가 직접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식약처는 개발 단계에 대한 검증이 미비했던 만큼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한 관리감독을 철저하게 하겠다는 입장이다.

의약품 허가는 기본적으로 서류 검토에 의존한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 선진국에서도 적용하는 시스템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나 미국 식품의약국 모두 연구개발이 투명하고 일체의 조작이 없이 진행됐다는 가정 하에 서류를 검토하는 것으로 실험의 투명성 규명은 개발사의 의무”라며 “인보사로 인해 업체의 연구개발 과정 자체를 못 믿게 된 만큼 규제가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식약처 책임론’ vs ‘식약처 동정론’

일부 시민단체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약을 허가한 책임을 물어 식약처를 고발한 상황이다. 식약처는 인보사 인허가를 위해 코오롱 측과 협의해 유전자치료제 규제를 만들었고 전임 식약처장은 코오롱생명과학을 수차례 방문해 연구진을 격려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강석연 식약처 바이오생약국장은 “국산 유전자치료 신약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서였지 자격도 안 되는 약을 지원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논란이 처음 시작됐을 때 대부분 세포 혼입을 의심했다. 이는 식약처도 마찬가지였다. 강 국장은 “세포 혼입은 연구개발, 생산 단계에서 충분히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하지만 검증을 진행하면 할수록 관리부실보다는 허위·조작 의심으로 기울었다”고 말했다. 강 국장은 “결과론적으로 신장세포가 발견돼 식약처의 책임론에 대한 목소리가 크지만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며 “자체 점검을 해 봐야겠지만 검찰에 고발된 만큼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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