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최고급 돼지고기로 ‘4대 진미’로까지 불렸던 ‘이베리코 흑돼지’가 가짜 논란에 휩싸였다. 시중에 유통되는 이베리코 흑돼지 중 최소 10%는 가짜로 판명됐다. 흑돼지 고기라고 해도 실제 스페인산 흑돼지인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베리코 흑돼지는 이베리아 반도를 중심으로 산간지역에서 사육된 스페인 재래돼지 품종이다. 스페인 특산물 ‘하몽’(생햄)을 만드는 원료육으로 사용된다. 근래 들어 한국에서는 이베리코 흑돼지가 고급 돼지고기로 유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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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사)소비자시민모임은 기자회견을 열고 시중 판매되는 이베리코 흑돼지 50점 중 5점이 ‘백돼지’라고 밝혔다.
소시모는 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5일간 음식점과 온라인 쇼핑몰을 포함한 유통매장 41곳에서 ‘이베리코 흑돼지’ 50점을 구매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흑돼지를 판별한 결과, 쿠팡((주)국제식품, 다모아영농조합법인 판매)과 이마트몰(성림쓰리에이통상)에서 판매된 제품 3점에서 백돼지 제품이 이베리코 흑돼지로 둔갑해 팔렸다. 나머지 가짜 이베리코 흑돼지는 일반 정육점과 음식점에서 발견됐다.
| 일반 백돼지 고기로 판명난 가짜 이베리코 흑돼지 제품. 쿠팡과 이마트몰에서 판매된 제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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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흑돼지로 결론 난 90% 고기도 진짜 이베리코 흑돼지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점이다. 특히 ‘베요타’, ‘세보 데 캄포’ 등 이베리코 돼지고기 제품에 대한 명칭 구분조차 무의미할 수 있다.
윤명 소시모 사무총장은 “유전자 검사만으로는 이베리코 돼지고기 품종까지 알 수가 없다”면서 “수입업체가 ‘베요타’라고 하면 믿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확한 근거를 갖고 돼지고기에 대한 등급을 표기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스페인에서 베요타로 분류되는 돼지고기는 전체 스페인 유통량의 1~5% 정도다. 비교적 적은 수로 최고급 하몽을 만드는 데 쓰인다. 윤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만큼 물량이 있는지 확인해봐야 한다”면서 “통관 절차가 더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베리코 흑돼지의 등급 기준인 ‘베요타’, ‘세보 데 캄포’, ‘데 세보’ 등은 앞다리와 뒷다리 부분의 품질을 판단하는 데만 의미가 있다. 다리 이외 부위는 일반 돼지고기처럼 유통된다. 다리 외 다른 부위를 ‘베요타’, ‘세보 데 캄포’라며 프리머엄 취급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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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시모 측은 이베리코 흑돼지에 대한 과장광고 요소가 있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에 나온 이베리코 흑돼지 광고는 ‘스페인 청정지역에서 도토리를 먹고 자란 자연 방목 흑돼지’라고 기재돼 있다.
그러나 이베리코 흑돼지 최고 등급인 ‘베요타’도 도토리 수확철 제한적으로 60일 정도 방목할 뿐이다. 나머지 생육 기간은 일반 돼지와 마찬가지로 사료를 먹는다.
이 같은 상황에도 이베리코 흑돼지는 한국에서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다. 이베리코 흑돼지가 붙은 고기는 국내 한돈(국내산 돼지고기)보다도 비쌌다. 서울 시내 음식점에서 판매되는 이베리코 흑돼지 목살 평균 가격은 100g 당 8360원으로, 서울시내 한돈 평균가 7680원보다 높았다.
소시모 관계자는 “스페인 현지에서도 하몽이 아닌 일반 생육은 ‘베요타, 세보 데 캄포, 세보’ 등급에 대한 관리를 별도로 하지 않는다”며 “국내에서 판매되는 이베리코 흑돼지 등급에 대해서는 명확한 근거에 따라 표시 판매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허위 과장 광고 사례를 들고 있는 윤명 소시모 사무총장(가운데)과 김자혜 소시모 회장(사진 오른쪽 첫번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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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4대 진미’의 진위 여부도 언급됐다. 실체도 없이 이베리코 흑돼지가 ‘4대 진미’로 불리는 것에 대한 의문이었다. 윤 사무총장은 “근거를 찾아보려고 했으나 누가 말했는지 모르겠고 어디서 나왔는지도 불분명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