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층 높아진 추경 가능성..유일호 "상황따라 온갖 고민"

미온적 태도에서 미묘한 변화
“추경 부정적 입장 아니었다”
경남 실업률 상승 영향준 듯
  • 등록 2016-06-15 오후 5:13:08

    수정 2016-06-15 오후 5:26:49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상황에 따라 할지 말지는 온갖 것을 다 놓고 고민하고 있다.”

추경 편성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간 추경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발짝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유 부총리는 15일 서울 종로구 창조경제혁신센터 부속 인큐베이팅 센터에서 열린 제7차 창조경제 민관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적당한 정책조합(폴리시믹스)이 뭔지 고민하는 단계”라며 “곧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이 나올 때 다 담아서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유 부총리는 해운·조선업종의 구조조정과 관련한 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편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전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행사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충분한 재정보강책을 고민 중”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상반기 재정조기집행으로 ‘재정절벽’을 우려해 공기업투자, 기금 활용 외에 ‘충분한’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것은 추경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날 유 부총리의 발언은 추경 가능성을 한층 더 끌어올렸다. 그는 추경에 부정적이었던 생각이 변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취임할 때부터 상황에 따라 추경을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할 때가 아니라는 의미로 말씀드린 것이지, 추경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당시에는 추경 시점은 아니지만 지금은 검토해볼 만한 시점이라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사실 정부 안팎에서는 추경 편성 요건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가재정법 89조에는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등 대내외 중대한 변화가 생겼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추경 편성 요건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해석에 따라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라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추경을 편성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야당에서 정부를 향해 추경 편성을 촉구하고 있는 점도 이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국민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은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며 정부의 재정 역할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경안을 들고 오면 기류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은 추경 편성은 시점의 문제로 보인다. 때마침 이날 발표된 고용동향 지표는 추경 가능성에 한층 힘을 보탰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경남지역 실업률은 3.7%로 작년 같은달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전국 16개 시·도 중 실업률 상승폭이 최고치였다.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여파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남지역 실업률 상승세가 확대되는 등 구조조정 영향이 일부 가시화되는 조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부총리 발언에 미묘한 차이가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점에서 여야간 이견이 있기 어렵기 때문에 추경 편성 요건이 논란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현재처럼 경기가 가라앉고 있고,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문제 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추경을 빠르게 편성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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