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편성과 관련한 정부의 입장에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간 추경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발짝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유 부총리는 15일 서울 종로구 창조경제혁신센터 부속 인큐베이팅 센터에서 열린 제7차 창조경제 민관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적당한 정책조합(폴리시믹스)이 뭔지 고민하는 단계”라며 “곧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이 나올 때 다 담아서 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유 부총리는 해운·조선업종의 구조조정과 관련한 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편성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가능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전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행사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나 “충분한 재정보강책을 고민 중”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상반기 재정조기집행으로 ‘재정절벽’을 우려해 공기업투자, 기금 활용 외에 ‘충분한’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것은 추경도 고려하고 있다는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사실 정부 안팎에서는 추경 편성 요건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가재정법 89조에는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등 대내외 중대한 변화가 생겼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를 추경 편성 요건 중 하나로 꼽고 있다. 해석에 따라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라 대규모 실업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추경을 편성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추경 편성은 시점의 문제로 보인다. 때마침 이날 발표된 고용동향 지표는 추경 가능성에 한층 힘을 보탰다.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경남지역 실업률은 3.7%로 작년 같은달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전국 16개 시·도 중 실업률 상승폭이 최고치였다.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여파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경남지역 실업률 상승세가 확대되는 등 구조조정 영향이 일부 가시화되는 조짐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부총리 발언에 미묘한 차이가 있긴 하다”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문제에 대처하겠다는 점에서 여야간 이견이 있기 어렵기 때문에 추경 편성 요건이 논란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면서 “현재처럼 경기가 가라앉고 있고, 구조조정에 따른 실업 문제 등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추경을 빠르게 편성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