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었음' 청년 41만명…정부, 1조원 투입해 취업 돕는다

정부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방안' 발표
추경호 "재학·재직·구직 단계별 조기지원 강화"
취업 초기 '온보딩 프로그램' 신설…구직단념 예방
'K-조선' 7000억 집중지원…친환경 선박연료 확대
  • 등록 2023-11-15 오후 7:28:38

    수정 2023-11-15 오후 10:02:50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공지유 기자]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경제활동이나 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쉬었음’ 청년이 올 들어 9월까지 41만명이 넘어서자, 정부가 약 1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쉬었음’ 청년들을 노동시장으로 유인하는 대책을 내놨다. 사회 초년생 대상 온보딩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고립은둔 청년들에게 사회복귀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재학·재직·구직 단계별 대응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취업 초기 ‘온보딩 프로그램’ 신설…구직 단념 예방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방안’을 발표했다.

추 부총리는 “일부 청년들의 경우 여전히 원하는 일자리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노동시장 밖에 머물고 있어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재학·재직·구직 단계별로 조기 지원과 사전 대응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쉬었음’은 질병이나 장애가 없지만 취업 준비나 육아·가사, 학업 등을 하지 않고 그냥 쉬는 상태를 뜻한다. ‘쉬었음’ 청년은 2020년 44만8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보여왔지만, 올 들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쉬었음’ 청년은 월 평균 41만명으로 집계돼 전체 청년 인구의 4.9%를 차지했다.

앞서 기재부는 7~ 10월 진행한 심층 실태조사를 통해 ‘쉬었음’ 청년을 5개 유형으로 구분하고 각 사유를 분석했다. 그 결과 양질의 일자리 축소, 평생직장 개념 약화 등 구조적 요인과 함께 기저효과, 공공부문 선호도 저하 등 추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재학·재직·구직 단계별 대응을 통해 청년층의 ‘쉬었음’ 전환을 예방하고 구직단념 탈출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기준 주요 사업의 예산 규모는 9900억원이다.

우선 재학 단계에서는 대학생을 대상으로 올해 시범도입한 맞춤형 고용서비스를 확대하고 고등학생을 위한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민간·공공기관에서 일할 기회를 7만4000명을 대상으로 확대 제공하고, 이를 연계하는 ‘일경험통합플랫폼’도 운영한다. 국가기술자격 응시료 부담은 절반 수준으로 낮춘다.

취업한 청년들이 입사 초기 적응 문제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것을 막고자 44억원을 투입해 ‘온보딩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로 했다. 청년층이 중시하는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직장문화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해 관련 인프라 지원을 확대하고, 실제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기업에는 1인당 장려금 30만원을 최대 1년간 지원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초기 단계 ‘쉬었음’ 청년의 구직 단념을 예방하기 위해 자조모임, 집단·심리상담 등을 제공하는 청년성장프로젝트에는 281억원을 투입한다. 구직단념 청년에게 최대 3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도전지원사업은 대상자를 1000명 더 늘리고, 기존 단기(5주)와 장기(5개월) 프로그램에 더해 중기(3개월) 과정도 신설한다. 니트족(NEET, 학업이나 일·구직을 하지 않는 무직자) 특화형 일경험 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고립은둔청년을 위해서는 사회 복귀·재적응 프로그램이 신설된다. 가족돌봄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상당의 자기돌봄비를 신규 지원하고, 자립수당은 월 4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한다. 정부는 다음 달 중으로 관계기관 정례협의체를 신설해 관련 지원사업 논의를 지속할 계획이다. 교육·고용·복지 공공데이터를 연계해 니트 위험군을 발굴하고, 전담인력을 통해 밀착 지원하는 청년미래센터를 수립하는 작업은 내년까지 이어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직 과정에서 가볍게 쉬는 등 ‘쉬었음’ 청년을 모두 부정적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쉰 기간이 길어지면서 의욕을 상실한 탓에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청년들에는 관심이 필요하다”며 “청년 비노동력화로 인한 잠재 성장률 저하 우려가 있다는 분석을 토대로 대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조선’ 7000억원 집중 지원…친환경 선박연료 공급 확대


한편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K-조선 차세대 선도전략 △친환경 선박연료 공급망 구축방안 △데이터경제 활성화 추진과제 등도 함께 발표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는 액화천연가스(LNG)·암모니아·수소 등 3대 탈탄소를 이용한 미래선박기술개발에 약 2000억원, 자율운항기술개발에 약 1600억원을 지원하는 등 2028년까지 7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또 울산항을 친환경 연료공급 거점항만으로 지정하고, 2030년까지 LNG·메탄올 등 국내 친환경 선박연료 수요의 30% 이상을 공공부문이 선제적으로 공급하는 등 공급망 시장 기반을 조성할 방침이다. 자율주행차, 이동형 로봇 등의 서비스 개발을 위해 영상데이터 원본 활용을 허용하는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는 이달부터 시행된다.

추 부총리는 “정부는 친환경선박, 자율운항선박 등 차세대 조선시장에서의 주도권 선점을 추진하고, 조선·해운시장의 친환경 전환 대응을 위한 산업생태계를 조속히 구축하겠다”면서 “신산업 발전과 일상의 편의를 높이기 위한 데이터 경제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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