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이란 정부가 이번엔 한류 드라마를 볼모로 잡았다. 한국 내 동결자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국 드라마의 이란 내 방영을 중단할 수 있겠다고 한 것이다.
7일(현지시간) 반관영 ISNA통신 등은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이 전날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관리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아미르압둘라히안 장관은 “한국이 지난 3년간 동결자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행동하지 않았다”며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IRIB(국영 방송)를 통한 한국 드라마 방영을 중단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한국은 2018년 트럼프 정부가 이란핵합의(JCPOA)를 탈퇴하면서 취한 제재조치에따라 이란 은행들과의 거래를 중단하면서 석유 대금을 미납, 동결자금으로 묶어두고 있다. 한국 내 이란의 동결자금은 70억달러(약 8조3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동결자금을 묶어두고 있는 한국은행은 우리은행과 IBK기업은행이다.
| 드라마 대장금 이미지(MBC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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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둘라히안 장관은 지난달 30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전화통화를 갖고 이란 동결 원화자금 문제 등 양국 간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당시 정 장관은 그간 해당 동결 자금을 활용해 이란의 유엔 분담금을 납부하고 인도적 교역에 활용하는 등 가능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으며 앞으로도 이런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유행 속에 백신과 의약품 조달 어려움으로 심각한 인도적 위기를 겪고 있다는 이란 측의 호소에 가능한 협력과 지원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압둘라히안 장관은 한국 측의 빠른 협조를 요구하기 위해 한류드라마 방영 등을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란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주몽’과 ‘대장금’ 등 한국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었다. 대장금은 2006년 10월부터 약 1년간 국영방송 IRIB를 통해 방송돼 90%에 육박하는 전설적인 시청률을 기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