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대신 코로나19 백신 집중…SK바이오사이언스의 이해득실은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생산이 보다 시급”
코로나19 CMO 관련 매출 5000~7000억원 예상
독감백신 생산 중단으로 추가 수주 가능성도
코로나 이후엔 독감백신 재전환, 바이오의약품 확대
  • 등록 2021-03-30 오후 5:07:30

    수정 2021-03-30 오후 9:41:39

[이데일리 왕해나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독감백신 생산을 중단하고 당분간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집중한다. 전 세계적으로 부족한 코로나19 백신 공급이 보다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업계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 코로나19 백신 생산으로 얻을 매출이 독감백신 매출과 비교해 5~7배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들이 안동 L하우스에서 생산되는 코로나19 백신을 검수하고 있다.(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30일 SK바이오사이언스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한시적으로 독감 백신 ‘스카이셀플루’ 생산을 중단한다. 백신 생산시설인 안동 L하우스의 생산 역량을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노바백스 백신을 위탁생산(CMO)·위탁개발생산(CDMO)하고 있다. 노바백스 백신은 기술이전을 받아 생산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보다 시급한 백신이 무엇인가 고민했고, 질병관리청과의 논의 하에 올해는 코로나 백신에 주력하자는 판단을 내렸다”면서 “같은 세포배양 방식이고 생산라인 역시 동일해 정해진 생산능력 하에서 사회적으로 필요한 제품을 생산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백신 공급 차질을 겪고 있다. 인도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수출을 제한하면서 다음달초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국내로 들어올 예정이었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도입 일정이 4월 셋째주까지 밀렸다. 공급 물량도 당초 계획보다 25만8000회분 줄었다. 노바백스 백신은 원료 공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회사는 국내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뜻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결정에는 코로나19 백신이 독감백신보다 수요와 수익성이 높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대부분 무료접종인 독감 4가 백신 가격은 지난해 기준 1도즈(1회 접종분)당 1만~1만5000원 수준이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이 생활화되면서 지난해 감기, 독감 등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는 전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도즈당 4달러지만, 노바백스 백신은 한국 정부에 도스당 16달러~22달러(약 1만8000원~2만5000원)정도다. 상반기까지 국내에서 1200만명, 11월까지 3000만~4000만명이 접종해야 한다. 단기간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는다면 전 세계는 매년 백신을 맞아야할 가능성도 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도 지난달 기업공개(IPO) 간담회에서 “코로나19 백신 시장 규모는 10조~15조원으로 백신 단일 품목 중 가장 규모가 크다”며 “항체역가 유지 기간 탓에 지속 접종이 필요한 만큼 CMO·CDMO의 사업 지속성과 확대기회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와 증권가는 사업적으로도 SK바이오사이언스의 판단이 합리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올해 코로나19 백신 CMO 및 CDMO로 벌어들일 매출 규모를 약 5000억~70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독감백신 매출 1000억원의 5~7배 수준이다. 독감백신 생산을 중단한 후 여유 생산능력을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활용할 경우 추가 CMO 수주도 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백신 CMO 사업에 대한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백신 공급이 원할해지고 백신 효능 지속성이 충분할 경우 3년 안에는 종식될 것이라는 예상도 존재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생산라인을 언제든지 독감백신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생산 포트폴리오를 mRNA 백신과 바이오의약품으로 확대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가 종식될 경우 언제든지 다시 독감백신 생산라인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서 “바이오의약품 사업은 이번 IPO로 확보되는 자금 중 4000억원을 시설투자에 활용, 새로운 생산시설에서 시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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