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아하고 세련됐다"...17세기 대표적 불화 '칠장사 오불회 괘불' 첫 공개

절에서 법회때 사용한 대형 불교그림
"부처 3단 배치해 불교계의 천상 그려"
왕실 관여했을 가능성 높아..뛰어난 화풍 자랑
  • 등록 2020-11-04 오후 4:30:54

    수정 2020-11-07 오후 6:08:24

[이데일리 김은비 기자] “오불회 불괘를 처음 실견하니 감회가 새롭다. 국보 몇점을 합쳐놓은 것 처럼 보살 한폭한폭이 의미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은 최초 공개된 국보 제 296호 ‘칠장사 오불회 괘불’을 본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오불회괘불은 단아하고 세련된 인물의 형태, 짜임새 있는 구도, 섬세한 필치 등으로 17세기 대표적 불교 그림으로 꼽힌다.

조계종은 불교중앙박물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효심으로 나툰 불심의 세계 화산 용주사’ 전시 일환으로 오불회 괘불을 4일 공개했다. 괘불이 일반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오불회 괘불’은 경기 안성시 칠장사(용주사 말사)에 소장된 괘불로 조선 인조 때인 1628년 조성됐다. 현존하는 괘불 중 세 번째로 오래된 작품이다.

괘불은 절에서 법회나 의식을 행하기 위해 법당 앞뜰에 걸어놓고 예배를 드리는 대형 불교그림이다. 야외 법회에 참석한 사람이라면 어느 자리에서나 볼 수 있도록 제작됐기 때문에 전각 안에 봉안된 불화와는 달리 규모가 상당하다. 폭 5~8m, 높이 12~14m로 아파트 4층에 육박하는 대형 크기 회화다. 평소에는 함에 넣어서 고이 보관하다가 특별한 야외법회를 열 때에 비로소 만날 수 있다. 오불회 괘불도 길이 6.56m, 폭 4.04m의 거대한 크기를 자랑한다.

오불회 괘불은 구름을 이용해 상·중·하 3단으로 화면을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이 같은 3단 배치는 예배자들이 미륵보살이 살고 있는 도솔천궁에 이를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 구조다. 정명희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은 “맨 아래에 공양물을 바치는 천인들이 있고 그 위에 관음보살이랑 지장보살이 있다”며 “조선시대 사람들은 현실에서 우리를 구제할 수 있는 사람으로 관음보살을, 지옥에서 구제해 줄 존상으로 지장보살을 꼽았다”고 설명했다.

지장보살과 관음보살 위로는 약사불과 아미타불을 중심으로 여러 보살이 있다. 정 학예연구관은 “약사불은 어떤 병도 낫게 해주고, 아미타불은 극락이 있는 곳으로 조선시대 사람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세계를 한 화면에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맨 윗부분은 비로자나불을 중심으로 석가불과 노사나불이 좌우에 모셔진 삼신불을 묘사하고 있다. 정 학예연구관은 “‘5불’이 한 화면에 그려진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덧붙였다.

괘불이 조선시대 왕실과 관계돼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선조의 계비인 인목대비는 친정아버지인 김제남과 아들인 영창대군을 광해군에게 잃자 이들의 위패를 칠장사에 모셔와 제를 올렸다. 이후 인조반정으로 광해군이 쫓겨나고 김제남과 영창대군이 복권되자 칠장사를 아버지와 아들의 원찰로 삼아 크게 중수했다.

이때 당시 제작된 것이 오불회 괘불이다. 정 학예연구사는 “대개 불화는 스님이 그렸는데 왕실인물이 관여한 것은 도화원 소속 화원이 그려 화풍이나 양식이 굉장히 뛰어나다”며 “오불회 괘불에 인목대비가 직접 관여했다는 기록은 없지만 당시의 상황과 불화를 봤을 때 관여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한편 특별전 ‘효심으로 나툰 불심의 세계 화산 용주사’는 조선시대 정조의 아버지(사도세자)를 향한 효심이 얽힌 사찰로도 잘 알려진 용주사와 용주사 말사들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는 자리다. 내년 2월 말까지 이어지는 특별전에는 국보 1건, 보물 10건, 유형문화재 15건, 세계기록유산 1건 등이 출품됐다.

국보 제296호 오불회 괘불(사진=대한불교조계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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