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F 2020]은퇴인구 '삼중고'…"원금보장 고정관념서 벗어나야"

제11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인구쇼크와 한국사회 대전환'
존 리 "韓 금융문맹률, 日 이어 2위…리스크 두려워 말아야"
김경록 "저금리 속 근로자산 가치 상승…인적자산 투자 지속해야"
  • 등록 2020-06-11 오후 5:21:49

    수정 2020-06-11 오후 9:30:59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와 이수석 NH 투자증권 연금영업본부장,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왼쪽부터)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세션4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투자대안’을 주제로 대담 하고 있다. 첫날 주제인 ‘인구쇼크, 한국사회 진단’에 이어 ‘인구쇼크, 기회로 바꿀 전략’을 주제로 열린 ‘제11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은 금융과 제조, 소비 등 각 분야에서 인구변화를 어떻게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하지나 김현식 임정우 기자] 제로 금리에 인간의 수명은 늘어나고,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일자리까지 감소하고 있다. 은퇴 후 안정된 삶이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우리나라 은퇴자산의 70~80%는 부동산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고령화 시대 초기 은퇴 자금 대부분을 안전자산에 투자한 일본은 저수익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11일 서울 중구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인구쇼크와 한국사회 대전환’ 네번째 세션에서는 신성환 한국금융학회 회장이 사회자로 나선 가운데 인구구조 변화와 투자대안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주식·펀드에 투자해라” “금융상품은 단순해야”

이날 토론 전 발표자로 나선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는 원금보장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오히려 주식과 펀드에 과감하게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펀드매니저 사이에서는 경제학자가 주장하는 반대로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며 “학문적으로 접근하는 것보다는 사회 흐름에 맞춰 주식에 투자해야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식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금융교육의 부재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일본에 이어 2번째로 금융문맹률이 높다”면서 “주식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 소장은 구체적으로 투자를 할 때 ‘리스크를 먼저 보고 단순한 상품을 고르라’는 조언을 건넸다. 김 소장은 “냉장고나 드라이기 같은 제품과 금융상품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면서 “코로나19가 왔다고 해서 냉동고는 고장나지 않지만 금융상품은 불확실한 상황이 닥쳤을 때 그 가치가 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비자는 항상 수익이 얼마일까 뿐 아니라 리스크가 뭐가 있을까도 생각해야 한다”면서 “리스크가 어느 정도일지 잘 모르거나 헷갈린다 싶으면 가입하지 말아야 한다. 금융상품은 가급적 개념이 단순한 상품이 좋다”고 강조했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이사와 이수석 NH 투자증권 연금영업본부장, 김경록 미래에셋 은퇴연구소장,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왼쪽부터)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장충동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세션4에서 ‘인구구조 변화와 투자대안’을 주제로 대담 하고 있다. 첫날 주제인 ‘인구쇼크, 한국사회 진단’에 이어 ‘인구쇼크, 기회로 바꿀 전략’을 주제로 열린 ‘제11회 이데일리 전략포럼’은 금융과 제조, 소비 등 각 분야에서 인구변화를 어떻게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한다.(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돈에 집을 맞추는 실속 소비 필요”

부동산에만 집중되어 있는 투자 흐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존 리 대표는 “부동산 투자도 일종의 기회 비용”이라면서 “무조건 집부터 사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역시 “집에 돈을 맞춘다기보다는 돈에 집을 맞추는 실속 소비, 알뜰 소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박 전문위원은 생애주기별로 적합한 부동산 투자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30~40대는 회사까지 대중교통 1시간, 역세권, 그곳에서 가장 싼 집을 사야 한다”면서 “40대 이상의 경우 살 집 보다는 월세를 받을 수 있는 집을 사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은퇴 자산인 퇴직연금을 기금형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현재 계약형 운영방식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 본부장은 “퇴직 연금 가입자 중 대부분이 수익률이 어떻게 되는지 모른다”며 “전문 위탁기관에 맡기는 기금형 퇴직연금을 도입하면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금형 퇴직연금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호주의 경우 수익률이 8~9%”라며 “호주나 미국 등 선진국처럼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자산 하락…인적자산 투자해야

이어 전문가들은 금융 자산·실물 자산과 더불어 인적 자산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경록 소장은 “은퇴하고 나면 나의 자산가치가 끝났다고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제로금리가 되면 금융자산 즉, 돈의 가치는 뚝뚝 떨어지는데 일을 해서 버는 근로 자산 가치는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에서 예전에는 은퇴해서 어떻게 살까, 이혼을 어떻게 할까 이런 얘기를 하다가 요즘은 자격증 따는 책이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면서 “자기 자신의 인적 자산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또한 “은퇴하고 나서 사람은 늙어가지만 돈은 젊게 해야 한다. 돈이 늙었다는 것은 수익률이 천천히 가는 것”이라면서 “최소한 4% 속도는 가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주택자산의 경우 유동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연금에 가입하거나 여러 채의 주택을 가진 사람들은 이를 처분하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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