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상인 등쳐 14억 가로 챈 70대 계주 구속

고이자 미끼로 말번 겹치기 배정..이자만 주고 원금 가로 채
피해자 대부분 20여년 알고 지낸 한 동네 사람
  • 등록 2016-08-23 오후 7:25:20

    수정 2016-08-23 오후 7:45:05

서울 은평경찰서 전경.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재래시장 상인을 상대로 곗돈을 수년 간 가로채 온 7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계주 한모(70·여)씨를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한씨는 지난 2014년 9월부터 최근까지 서울 은평구 연신내 인근의 재래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매달 40만원씩 25개월 동안 곗돈을 부으면 차례로 매달 1000만원과 이자를 받는 ‘번호계’를 운영하면서 60여명에게 곗돈 14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번호 계원은 매달 일정한 금액을 계주에게 내고 순서에 따라 목돈을 받는다. 곗돈을 타는 순서가 늦을 수록 이자가 늘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다. 한씨는 이 점을 노려 마지막으로 곗돈을 받으면 높은 이자가 붙는다며 피해자들을 겹치기로 마지막 순번에 배정했다.

하지만 한씨는 만기일이 되면 피해자들에게 이자 230만원만 지급하고 원금 1000만원은 다른 계에 붓자고 속여 곗돈을 챙겼다. 이렇게 빼돌린 원금으로 이자를 돌려 막기 위해 실체도 없는 계를 7개나 만들어 사기 행각을 벌이기도 했다.

‘돌려막기’식 계 운영이 한계에 달해 마지막 순번 계원들이 약정된 돈을 받지 못하게 되자 피해자들은 이달 초 한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피해자들 중 대다수는 같은 동네에서 20여년 간 함께 지낸 영세 상인과 노인들이었다. 매달 40만원씩 내기 빠듯한 사람은 하루에 2만~3만원씩 일수 형태로 돈을 내기도 했다.

한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른 계원들에게 줬기 때문에 피해자들에게 돈을 줄 수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그러나 한씨가 자신의 계좌에서 현금 14억원을 인출한 것을 확인, 이 돈을 은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자금 경로를 추적해 압수 또는 몰수보전 절차를 거쳐 최대한 피해 변제를 도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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