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 집행이사회의 이사벨 슈나벨 이사는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역사적 경험을 통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인내심을 갖고 조심해야 한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ECB가 금리를 인하하면 경제에는 긍정적이지만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슈나벨 이사는 ECB 집행이사회 6명 가운데 가장 매파적(긴축 선호)인 인물로 꼽힌다.
유로존 인플레이션은 2022년 10월 10.6%로 정점을 찍은 뒤 올해 1월에는 2.8%까지 떨어졌다. 슈나벨 이사는 “유로존 인플레이션이 급격히 하락한 것은 공급 충격이 사라지면서 ‘디플레이션이 즉각 반영된 결과”라며 “우리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 이는 좋은 소식이지만 우리는 아직 거기(2%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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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나벨 이사는 ECB가 곧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로 금융기관들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추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는 성급하게 정책 기조를 (인하 방향으로) 조정하자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ECB의 정책 입안자들은 지난달 회의에서 관련 논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FT는 전했다. 대다수 위원들은 임금 상승률이 높게 유지되는지 혹은 또다른 물가 상승을 초래하는지에 따라 향후 정책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임금의 경우 유로존 전역에서 연평균 5% 이상 인상됐다. 생활비가 큰 폭으로 오르면서 잃어버린 구매력을 되찾기 위한 유럽 각국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지만, 인플레이션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슈나벨 이사는 “제한적인 통화 정책으로 수요가 억제된다면 기업이 높아진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려워질 것”이라면서도 “이 과정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매우 불확실하다. 경제가 예상보다 더 강하게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예상보다 강한 회복)는 기업이 다시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슈나벨 이사는 또다른 물가 상승 촉발 요인과 관련해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의 최신 구매자관리지수와 시티그룹의 이코노믹서프라이즈지수를 언급하며 경제 활동이 호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럽연합(EU)이 최근 서비스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도 올해 1월까지 4개월 연속 판매 가격 기대치가 상승했다면서 “마지막 한걸음이 가장 어려울 수 있다는 나의 우려를 완화시키지 못하는 이유”라고 짚었다. 경제가 회복하면서 인플레이션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슈나벨 이사는 “우리는 끈적한 서비스 인플레이션과 탄력적인 노동 시장을 보고 있다. 동시에 시장이 ECB의 피봇(정책 변화) 가능성에 공격적으로 가격을 책정해(금리를 낮춰) 금융환경은 눈의 띄게 완하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홍해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공급망이 다시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촉발됐다”며 “이를 모두 종합하면 섣부른 정책 조정에 대한 경고”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