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보톡스 균주 및 제조공정을 도용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대웅제약의 보톡스 제품인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에 대해 21개월간 미국 수입을 금지한다”고 결정했다. 다만 ITC는 “보톡스 균주는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사실상 대웅제약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렸다.
ITC가 이번에 내린 최종 판결의 내용을 살펴보면 메디톡스(086900), 대웅제약(069620) 양자 모두 이번 소송의 패자로 자리매김하는 형국이다. 메디톡스로서는 ITC가 대웅제약이 보톡스 제조공정을 훔친 사실을 인정한 점은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지만, 보톡스 균주는 누구나 쓸수 있어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명시해 이번 소송의 결과는 ‘상처뿐인 영광’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웅제약은 비록 보톡스 제조공정을 경쟁사로부터 도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회사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게 됐지만, 보톡스 균주가 영업비밀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판결을 이끌어 내면서 내용면에서는 결코 ‘지지않은 싸움’을 했다는 분석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 일각에서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간 사활을 건 법적다툼을 보면서 바이오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겪는 피할수 없는 일종의 ‘성장통’ 정도로 치부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양사가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법적 소송은 글로벌 시장으로 쭉쭉 나래를 펴고 있는 국내 바이오업계에 찬물을 끼엊는 행위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런 맥락에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간 벌이고 있는 ‘보톡스 전쟁’은 국내 제약업계에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한 교훈을 던지고 있다. 특히 제약강국으로의 도약은 목표 달성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반드시 글로벌 스탠더드를 지켜내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제약사로의 퀀텀점프를 목표로 신약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도 마찬가지다. 경영의 투명성을 담보하지 못한 성장은 언제든지 무너질수 있는 ‘모래성’일 뿐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