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업, 정상기업 갉아먹어…민간 구조조정 기구 필요"

7일 자본硏 '기업부문 취약성 : 진단과 과제' 세미나
한계기업, 전체 13% 차지…코스닥社 등 규모 작아
한계 10%p↑ 시 정상기업 총생산성 6.75%↓ '악영향'
중소기업 구조조정이 해결책…국책은행 중심은 '한계'
민간 전담기구 필요…"버릴 줄 아는 용기 필요" 주장도
  • 등록 2020-12-07 오후 6:16:09

    수정 2020-12-07 오후 6:16:09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 못하는 국내 한계 기업, 좀비 기업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 좀비 기업들이 같은 산업군의 정상 기업의 경제 활동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정상화나 기업 인수합병(M&A), 폐업 등의 방법으로 조속히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신속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돈을 회수하려는 목적이 강한 채권자 중심은 지양하고 사업 정상화에도 관심을 쏟을 것을 주문했다. 동시에 실업자들을 위한 사회 안전망 강화에도 힘써, 구조조정에 대한 저항을 낮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7일 자본시장연구원(자본연)이 주최하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후원한 ‘기업부문 취약성 : 진단과 과제’ 웹 세미나가 진행됐다.
한계기업, ‘작은 기업’ 위주…벗어나기 점점 어려워

국내 한계기업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연이 외부감사 대상 상장법인, 자산이나 매출 500억원 이상 등의 조건을 고려해 일정 규모 이상을 갖춘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계 기업(이자보상배율 1 이하 또는 영업적자가 3년 이상 연속된 기업)이 지난해 4046곳으로 나타나 전체 13%를 차지했다. 이는 2008년 1927개에서 2012년 2662개, 2016년 3052개로 꾸준히 증가했다.

한계기업들은 규모가 작았다. 지난해 기준 한계기업의 평균 자산 규모는 전체의 9.12%에 불과했다. 자산이 500억~5000억원 구간에 있는 기업들이 한계기업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5000억원 미만 중 한계기업은 약 13%로 나타났지만, 5조원 이상은 8% 이하로 나타났다. 코스닥 상장기업 중 한계기업은 지난해 17.8%로 코스피가 12%인 것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경쟁이 심한 음식숙박업(36.9%)과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41.7%) 여가관련 서비스업(26.4%)들에서 한계기업이 많았다. 제조업으로 국한할 경우엔 자동차를 제외한 운송장비(23.6%)와 의약품(20.8%), 섬유(17.7%)에서 한계기업이 많았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마도 시장에선 코스닥, 업종 중엔 바이오에서 한계기업이 높은 비중으로 나온 것은 국내 코스닥 시장의 상당 부분이 바이오 기업이고 이들 중 상당수가 내실이 좋지 않은 것이라고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한번 한계기업이 되고 난 뒤에 이를 빠져나가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한계기업이 다음 해에도 한계기업으로 남는 경우가 2002년엔 68%였지만, 2017년엔 75%로 나타났다. 계속 한계기업으로 남아 있는 회사들의 특징은 총자산순이익률(ROA)과 매출증가율이 떨어지고, 재무취약성은 지속적으로 악화하는 걸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동일산업 내 정상기업에 한계기업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이다. 이상호 자본연 연구위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산업 내 한계기업이 10%포인트 늘어나면 해당 산업의 정상기업들의 총생산성(TFP)은 6.75% 낮아지고, 부가가치는 8.50% 하락하며, 총임금과 설비투자도 각각 3.14%, 2.87% 감소하는 걸로 나타났다.

중소 한계기업 구조조정 담당할 민간 기구 필요

한계기업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평가된다. 한계기업의 대부분이 중소기업이므로 이들 기업에 집중해야 하며, 사업구조조정과 재무 구조조정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된다. 또한 산업은행 등 채권자 위주의 구조조정이 아닌 민간으로 이뤄진 구조조정 기구를 중심이 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밖에 구조조정의 저항을 낮추기 위해선 실업자들을 위해 정부가 사회 안전망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됐다.

실제 시장에서 구조조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연합자산관리(유암코)의 김두일 본부장은 “현장에서 느낀 건 대기업 구조조정의 경우 시장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들이 알아서 잘 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해줄 대상이 없다는 점”이라며 “관심 없는 기업들에 대한 이러한 구조조정 전담기구가 필요한데, 이러한 능력이 되는 민간 기구의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역설했다.

박창균 연구위원은 “국내의 경우 은행 등의 채권자 중심의 구조조정은 자금 회수 등에 초점이 맞춰 재무적 구조조정만 되지, 사업 구조조정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러한 이유로 기업 자본에서 정부 비중을 줄여야 하는데, 97년 외환위기 이후 IMF의 요구로 줄었다가 2008년 이후 다시 늘었다. 외부 충격 없이 구조조정이 힘들 거란 회의적인 생각이 있다”라고 전했다.

이밖에 한계기업을 정상화시키는 데 주력하기보다는 가망이 없는 기업을 빨리 퇴출하는 방법으로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는 주문도 있었다.

박래수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어렸을 때 보면 공부 못하는 애들의 특징은 버릴 줄 모른다는 것인데, 핵심만 가져가면서 해야 할 공부만 해야 하는데 그걸 놓치는 경우”라며 “구조조정은 재생을 전제로 하지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버릴 것을 구별하고 버릴 수 있는 용기와 합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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