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사형선고를 너무 쉽게 남발하는 식약처

식약처, 올들어 메디톡스 겨냥, 두차례나 사형선고
국가출하승인없는 수출이 합법인가 불법인가가 논란
허가취소 사유 법적다툼 소지많은 것 불구 강행
업계 일각 "허가취소 현실화되면 업계 공멸할수도"
  • 등록 2020-10-22 오후 4:35:24

    수정 2020-10-23 오전 5:25:56

[이데일리 류성 기자] 앞으로 이 땅에서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살아남으려면 신약개발에 집중하기보다 식약처의 칼날을 조심하는게 백번 현명한 경영전략이 아닐까 싶다.

최근 식약처가 국내 대표 보톡스기업인 메디톡스에 대해 펼치고 있는 집요한 ‘고사작전’을 보면서 식약처의 존재감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식약처는 최근 메디톡스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주력 보톡스 제품인 ‘메디톡신’과 ‘코어톡스’를 판매했다면서 허가취소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공표했다. 식약처는 이미 두 제품에 대해 잠정 판매중지 및 회수명령을 내렸다. 식약처의 의중이 현실화되면 메디톡스는 매출이 반토막이 나면서 생존이 불투명한 절체절명의 위기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식약처는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도 메디톡스가 식약처의 허가를 받지않은 불법 원액을 ‘메디톡신’ 제조에 사용했다는 혐의로 이 제품의 판매정지 및 허가취소를 내린 바 있다. 당시 식약처가 내린 행정조치가 부당하다며 집행정지를 청구한 메디톡스의 요구를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현재 이 행정조치는 효력이 정지된 상황이다. 식약처가 메디톡스에 대해 무리한 행정조치를 취했다는 것을 법원이 인정한 셈이다.

요컨대 식약처는 메디톡스의 심장을 겨냥해 지난 5개월 사이에 번득이는 검을 잇달아 휘두르고 있는 형국이다. 문제는 식약처가 번번이 행사하고 있는 품목 허가취소라는 행정절차가 제약 바이오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도 치명적이라는 점이다. 그야말로 식약처가 휘두른 검에 스치기만 해도 그 기업은 치명상을 피할수 없는 지경이다. 특히 허가취소는 사실상 제품의 ‘사형선고’와 다름 아니어서 일단 발효가 되면 해당기업은 회복할수 없는 결정적인 타격을 입게된다.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식약처가 문제로 삼고 있는 부분이 논란과 다툼의 소지가 많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아무렇지도 않게 허가취소를 남발하고 있는 모양새다. 업계 일각에서는 메디톡스의 주력 제품에 대해 또다시 허가취소를 진행하겠다는 식약처를 보면서 ‘괘심죄’가 배경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리기도 한다. “식약처에 밉보이면 국내에서 제약·바이오 사업을 하는 것은 접어야 한다”는 인식마저 업계에 팽배하고 있다.

무엇보다 메디톡스의 주력 제품에 대해 허가취소를 하겠다는 식약처의 모습을 보면서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보톡스 제품을 판매한 것은 허가취소에 해당한다는 게 식약처의 고정된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는 그동안 수출용에 대해서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아도 합법이라고 판단하고 보톡스제품을 도매상을 통해 수출해 왔다.

업계가 수년째 이어온 이런 관례에 대해 이번에 식약처가 철퇴를 내린 것이다. 만약 식약처의 의중대로 메디톡스의 주력제품들이 모두 허가취소가 되면 여타 업체들도 같은 조치를 피할수 없게 된다는 점에서도 이번 행정조치는 심각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메디톡스(086900) 외에도 10개 안팎의 국내 보톡스 업체 대부분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않고 도매상들을 통해 보톡스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약처는 최악의 경우 허가취소라는 행정절차 하나로 국내 보톡스 업계가 전멸할 수도 있다는 업계의 우려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야말로 빈대 한마리 잡자고 초가삼간을 다 태울수는 없지 않는가.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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