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저렴한 원유 찾아라" 남미까지 눈돌리는 정유사

다시 늘어난 중동산 원유
중남미 등 수입처도 다변화
2분기째 적자에 '경제성' 중요해져
  • 등록 2020-08-10 오후 5:21:15

    수정 2020-08-11 오전 8:21:04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2분기 연속 대규모 적자의 위기를 맞은 정유사가 원가 절감에 나섰다. 의존도를 낮추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을 다시 확대하고 중남미에서도 원유를 수입하는 등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유 도입 가격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라비크에 있는 아람코의 원유 탱크. (사진=로이터)
10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6월 중동산 원유 도입 비중은 77.2%(수입량 5641만2000배럴)로 2018년 9월 79.5% 이후 1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비해 미주산 원유 도입 비중은 14.4%(1053만9000배럴)로 월별 최고치를 썼던 지난 3월 25.2%에서 10%포인트 넘게 축소했다.

국가별로는 중동 가운데서도 수입량이 가장 많은 사우디아라비아의 6월 도입 비중은 40.1%(2929만8000배럴)로 미국에서의 도입 비중 6.9%(503만3000배럴)를 크게 앞질렀다. 지난 1월 도입 비중이 각각 사우디아라비아 28.6%(2653만6000배럴), 미국 14.5%(1341만5000배럴)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격차가 다시 벌어졌다.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오일쇼크 이후 수입처 다변화, 미국의 셰일가스 혁명에 따른 단가 하락 등으로 점차 낮아지는 추세였다. 실제 중동산 비중은 2016년 85.9%에 달했지만 2017년 81.7%→2018년 73.5%→지난해 70.2% 등으로 내려간 데 비해 미주산 비중은 2016년 2.8%→2017년 4.0%→2018년 8.5%→2019년 17.5% 등으로 높아졌다.

자료=페트로넷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정유사가 중동산 원유 도입을 늘린 이유는 경제성 때문이었다. 정유사 수익 지표인 정제마진은 넉 달 연속 마이너스(-)를 맴도는 데다 이달 들어서도 배럴당 -0.3달러에 그치고 있다. 석유제품을 팔아도 이익조차 남기기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정유4사 2분기 영업손실은 7241억원으로 1분기 4조3775억원에 이어 적자를 지속했다.

2분기의 배럴당 원유 도입 단가를 비교하면 미국 4월 46.44달러→5월 29.86달러→6월 31.74달러로, 사우디아라비아 4월 30.93달러→5월 26.72달러→6월 31.75달러에 비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원유 수요가 급감한 상황에서 중동 지역은 원유 공식판매가격(OSP)을 대폭 내린 데 비해 셰일에 기반해 원유를 생산하는 미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생산비용으로 가격 하락 폭이 좁을 수밖에 없었다. 운송 기간과 비용 등을 고려해 정유사는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 확대를 택했다.

지난 5월엔 영국에서 9개월 만에 원유를 도입하고 노르웨이·브라질 등에서도 원유를 들여오는 등 도입처 역시 다변화했다. 고도화 설비를 갖춰 황을 포함한 불순물이 많은 중질유도 휘발유 등 부가가치가 높은 경질유로 정제하는 능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특히 현대오일뱅크는 초중질유에 속하는 중남미 원유 도입 비중을 2018년 17%에서 지난 2분기 33%로 끌어올렸다. 멕시코만 해도 6월 원유 평균 도입 단가가 배럴당 19달러대로 32달러대였던 사우디아라비아·미국에 견줘 저렴했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가 2분기 정유 4사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낸 배경이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경제성을 고려해 미국·남미산 물량을 증대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제품 판매가격이 비슷한 상황에서 원재료를 싸게 들여와 원가를 낮추는 것이 그나마 이익을 낼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른다”며 “중동이 원유 판매가격을 올리거나 두바이유와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차가 벌어지지 않는 한 지금 같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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