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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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벼랑 끝에 내몰렸던 청와대가 14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양자 영수회담 성사로 한숨을 돌린 모양새다. ‘100만 촛불’의 ‘하야’ 요구에 대한 뾰족한 선택지가 없던 가운데 희박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혼란정국을 수습할 일말의 시간을 벌었다는 점에서다. 추 대표의 마이웨이에 따른 야권 공조의 분열양상은 ‘덤’이다. 청와대는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와의 양자 회담 가능성도 열어 둔 만큼 정국수습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대응을 보면 15일 청와대 영수회담에서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조치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만 해도 청와대가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정연국 대변인)이라며 국민적 요구인 ‘하야’를 포함한 퇴진에 확고한 선을 그은 만큼 단 이틀 만에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적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분위기다. 추 대표가 하야 및 즉각적인 2선 후퇴를 놓고 담판을 지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첫 양자 영수회담이 결국 ‘빈손’으로 마무리될 공산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선 추 대표가 다른 야당의 반발을 무릅쓰고 영수회담을 전격적으로 요구한 만큼 하야 등의 강경책보단 새로운 ‘협상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군 통수권과 외교사절 신임권, 계엄선포권 등 대통령 고유 권한 외치는 물론, 임기까지 보장하는 선에서 정국 수습을 시도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그간 최순실 정국에서 주도권을 동생격인 국민의당에 내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만큼 안정적인 수습을 통해 ‘수권정당’ ‘대안정당’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의미다. 대신 향후 여야 합의로 추천된 총리에게 내각 통할권을 주면서 핵심인 법무부 장관 등을 ‘민주당 몫’으로 달라는 등의 요구 조건을 내걸 공산도 있다.
추 대표가 통 큰 양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하야를 거부하는 박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해선 사실상 ‘탄핵’밖에 선택지가 없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탄핵안 가결, 헌법재판소의 탄핵안 심판 등의 절차를 거치려면 최장 9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이 기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국정을 모두 맡겨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야권 일각에서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면 박 대통령 정권의 연속인 만큼 탄핵에 앞서 새 총리 인선을 먼저 해야 한다”(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야권은 최대한 현 국면을 최대한 오래 가져가려 할 것”이라며 “국민의당은 물론 민주당 내부에서까지 추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반발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만약 황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게 되면 보수층은 급속도로 재결집될 수 있다”며 “추 대표가 먼저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겠지만 막판 ‘절반의 2선 후퇴’로 선회할 가능성이 작지 않은 이유”라고 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의 한 참모는 “탄핵은 정치권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청와대가 뭐라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