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S 논란에 사과, 로봇·메타버스發 청사진…삼성의 정공법

정기 주총…전날 자사주 매입+"매년 9.8조 배당지급"
논란의 노태문, 경계현·박학규·이정배와 사내이사 선임
한화진·김준성 사외이사진 합류…이사회 의장 김한조
로봇·메타버스 언급, 공급망 리스크 등 악재 타개책
"불확실성 커졌지만…AI·5G·전장 M&A 적극 검토 중"
  • 등록 2022-03-16 오후 4:37:51

    수정 2022-03-16 오후 9:06:38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이 16일 경기 수원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데일리 이준기 최영지 기자] “주주와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합니다. 고객 여러분 마음을 처음부터 헤아리지 못한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이 16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갤럭시S22 게임 성능을 강제로 낮추는 이른바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논란에 사과했다. 동시에 삼성전자의 신사업 성장 아이템으로 로봇·메타버스를 꼽으며 청사진을 내놓는 정공법을 택했다. 이를 통해 안에서 불거진 GOS 논란과 주가하락, 밖에선 불어닥치는 미·중 패권경쟁,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공급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원자재 값 급등 등 대내외 악재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자사주 매입·연 9.8조 배당…주주 달래기

단상에서 발언을 이어가던 한 부회장은 사과 발언을 할 때 단상 앞으로 나와 허리를 숙였다. 여론 악화 속에 공정거래위원회까지 삼성전자의 표시광고법 위반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는 등 사태가 확산하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 부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전날 약 17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여 최근 주가하락과 GOS 논란에 따른 성난 주주 달래기에 나선 바 있다. 한 회장은 “주주환원 약속 이행을 위해 연간 9조8000억원의 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논란의 당사자로, 스마트폰 사업을 책임지는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한 부회장은 “최고의 실적을 만들어낸 뛰어난 경영자이자, 모바일 시장에서 새 성장 기회를 창출할 최고의 적임자”라고 감쌌다. 이날 노태문 사장을 비롯해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 박학규 삼성전자 DX부문 경영지원실장(사장), 이정배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은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사외이사 6명 중 2명이 바뀌었다. 임기가 완료된 박재완 이사회 의장과 안규리 사외이사 자리에는 한화진 한림대학교 글로벌융합대학 객원교수와 김준성 전 싱가포르투자청(GIC) 매니징 디렉터가 선임됐다. 재선임된 김한조 사외이사(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는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전임 사외이사가 의장을 맡는 건 전임 박재완 의장에 이어 두 번째다.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삼성전자 제53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DS부문장 경계현 사장이 경영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주주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라이프 컴패니언 로봇 경험하게 될 것”

이날 주총장에는 지난해보다 2배가량 많은 1600여명의 주주들이 운집했다. 이들의 관심은 온통 삼성전자의 미래였다. 신성장 동력을 위해 집중하는 분야가 무엇인지를 묻는 한 주주의 질문에 한 부회장은 로봇과 메타버스를 꼽았다.

삼성전자는 그간 로봇 사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세계 최대 규모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0에서 공개한 노약자의 건강 상태를 관리해주는 ‘삼성봇 케어’, 실내 공기를 쾌적하게 해주는 ‘삼성봇 에어’, 집안 곳곳을 청소해 주는 ‘삼성봇 클린’, 셰프를 도와 조리를 보조해 주는 ‘삼성봇 셰프’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한 부회장은 “다양한 로봇 영역에서 기술을 축적하고 사업화를 검토해 미래 세대가 ‘라이프 컴패니언’(Life Companion) 로봇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말 신설한 로봇사업화 TF를 그 다음해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하는 등 조직도 키우고 있다. 이르면 연내 새 로봇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한 부회장은 메타버스와 관련해서도 고객이 언제 어디서나 최적의 메타버스 경험을 누릴 수 있도록 최적화된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혁신해 나가겠다고 했다. 지난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인 ‘MWC 2022’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디바이스가 요즘의 화두“라며 ”잘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고 언급한 데 이은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업계 최대 화두인 메타버스 분야에서 사업 기회를 모색하겠다는 뜻을 잇따라 밝힌 만큼 향후 어떤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선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조만간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M&A 불확실성 커져…AI·5G·전장 검토”

인수합병(M&A) 추진 현황에 대해 한 부회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시기를 특정하기 어렵다”면서도 “AI와 5G, 전장(자동차 전기장치부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주주들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주총장에 ‘주주총회 포토존’과 삼성에 바라는 점 등을 메시지로 작성해 부착하는 ‘응원메시지 월’ 등 여러 이벤트를 마련했다. 주총 직전엔 여러 나라 출신의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주주들께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더욱 열심히 일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환영 영상도 방영했다.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가 16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주총에 참석한 주주들이 응원메시지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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