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안 쥐락펴락, 장관급 낙마…美의회 최고 실력자는?

'초당파' 美민주당 조 맨친 상원의원
부양안서 '최저임금 인상안' 포함 저지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낙마도 맨친 작품
건강한 견제? 정치적 행보? 의견 분분
일각 '유색인종·여성만 타킷' 지적도
보건장관 지명자에 대한 스탠스 '주목'
  • 등록 2021-03-03 오후 3:03:45

    수정 2021-03-03 오후 3:45:28

사진=AFP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요즘 미국 워싱턴 정가를 가장 뜨겁게 달구는 인물은 바로 조(Joe)다. 미 대통령 조 바이든이 아니라, 민주당 내 대표적 초당파 인물로 잘 알려진 상원의원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주·73·사진)이 주인공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최대 역점과업인 코로나19 대응 대규모 추가 경기부양안을 쥐락펴락하더니 이번엔 백악관 실세직인 예산관리국장 지명자를 날려버렸다. 위태위태한 내무장관·보건장관 지명자의 운명도 맨친의 손에 달렸다고 할 정도다. 정가에선 지금은 ‘조의 시대’라는 우스갯소리마저 나돈다.

맨친의 ‘힘’이 부각할 수밖에 없는 건 민주당·공화당이 상원 의석을 정확히 ‘50 대(對) 50’으로 양분하고 있는 탓이다. 물론 상원의장을 겸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존재로 민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긴 하나 민주당 내에서 단 1명이라도 이탈하게 되면 바이든표(標) 법안은 무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초당파 의원인 맨친이 사실상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원을 통과해 상원으로 간 1조9000억달러 규모의 부양안에서 최저임금 15달러 인상안을 빼버린 건 맨친의 작품이다. 더 나아가 맨친은 기존 안에 담긴 실업수당 주당 400달러 추가 지급을 주당 300달러로 낮출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 법안은 팬데믹(대유행)으로 타격을 입은 실물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취지로 바이든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한 ‘1호 법안’이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누더기가 된 법안을 보며 속이 탈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로 민주당은 이 부양안을 ‘포괄적 특수법안’으로 규정, 예산조정권 행사까지 불사하며 원안 그대로의 통과를 추진해왔다. 원래 상원에서 법안이 통과되려면 100표 중 60표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하는데, 예산조정권을 행사하게 되면 51석(바이든 부통령 겸 상원의장 포함)만으로도 통과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맨친의 반대에 이 계획은 결국 좌초됐다.

‘막말 전력’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니라 탠튼 백악관 예산관리국장 지명자의 낙마도 맨친이 주도한 것과 다름없다. 탠든은 바이든 대통령이 지명한 장관급 인사 중 청문회 문턱을 넘지 못한 첫 사례다. 취임 초 국정운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뼈아플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권 내부에선 맨친의 타깃이 주로 ‘유색인종’ 또는 ‘여성’에게 몰린 점 등을 들어 ‘더는 못 참는다’는 반응까지 나온다고 한다. 탠튼은 인도계 여성이며, 맨친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알려진 또 다른 장관급 인사인 데브 할랜드 내무장관 지명자 역시 원주민 출신 여성이다. 상황이 이렇자 맨친이 바이든 행정부의 ‘엑스맨’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올법하다.

맨친의 행동이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건강한 견제 역할을 자처하는 건지, 자신의 정치적 행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인지를 놓고 의견은 분분하다. 정가에선 라틴계인 하비어 베세라 보건복지장관 지명자에 대해 맨친이 어떤 스탠스를 보일지를 주목하고 있다. 베세라 지명자는 좌파정책·의료경험 부족 등의 이유로 낙마 가능성이 가장 큰 장관급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 맨친은 “아직 결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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