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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승현 김겨레 기자] 한국 자동차기업들의 높은 인건비 비중으로 인해 미래차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 투자 여력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업의 미래차 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도 노동개혁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은 12일 현대자동차 고양 모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K뉴딜의원회 ‘미래차간담회’에서 발표자로 나와 “주요 자동차 생산국들이 미래차 경쟁력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있고 특히 중국의 부상이 괄목할만 하다”며 “반면 한국은 각종 규제와 고임금, 저생산성 등의 문제로 경쟁력 확보가 더디다”고 진단했다.
정 회장은 “중국이 20년간 서방세계에 대한 굴욕 속에서 기술 학습, 광활한 내수시장, 적극적 정책 기반, 70여개 자동차 기업으로 서방과 진검 승부를 준비 중”이라는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를 인용하면서 “미래차 시대에 한국을 가장 강력하게 위협할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은 세계 전기차 판매의 절반(50.5%)를 내수로 소화하고 있고,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전기차기업인 BYD는 2019년 기준으로 전기차 세계 판매 2위(23만대)에 올라섰고, 자율주행 기업인 바이두(BAIDU)는 자율주행 누적주행거리가 지난해 기준으로 전 세계 1위(1만8000마일)을 기록했다. 미래차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분야 세계 상위 20개 기업 중 중국업체가 7곳에 이른다.
반면 한국은 중국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 회장은 “한국은 자율주행 관련한 핵심 기술 확보가 취약하다”며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율은 2% 수준이고, AI전문가 비중도 미국 46%, 중국 11.3%인 반면 한국은 1.8%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발표한 AI와 빅데이터 기술 국가별 수준 비교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을 100으로 봤을 때 한국은 AI 81.6, 빅데이터 83.4로 유럽과 중국, 일본에게 모두 뒤처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회장은 또 우리 정부가 시행 중인 친환경차 보조금 정책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프랑스와 독일 같은 유럽국가들은 자국업체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보조금 제도를 운영한다”며 “반면 우리는 국내제작사와 수입사 구분 없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 수입사가 보조금의 절발 가까이를 가져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우리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정교한 보조금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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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부품 기업의 미래차 전환 사례를 발표한 손정원 한온시스템 사장은 “2018년 38%였던 미래차 관련 수주액 비중이 2019년엔 55%로 오히려 내연기관(45%)을 추월했다”며 “이에 따라 연구인력도 미래차 비중을 45%에서 56%로 높였다”고 설명했다. 한온시스템은 미래차의 핵심 기술인 열에너지 관리 분야 전문기업이다.
이 자리에는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조정식 당 정책위의장 등 민주당의 주요 인사들과 산업통상자원부·환경부·국토교통부 차관 등 정부 인사, 자동차기업과 자동차 부품업체 관계자 등 기업인사가 참석했다.
이해찬 대표는 “한국판 뉴딜의 핵심과제가 친환경 모빌리티 확대다. 정부는 20조3000억원을 집중 투자하고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대, 수소차 20만대를 보급할 계획”이라며 “정부와 업계가 원활하게 소통하기 위해 당이 여러 역할을 하고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