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본안 판단은 아니지만 ‘인보사 사태’ 이후 식약처와 코오롱생명과학의 법적 다툼에서 법원이 처음으로 코오롱생명과학의 손을 들어준 것. 이에 따라 식약처가 내린 인보사 회수 폐기 명령은 이에 대한 1심 재판부의 본안 판결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효력이 정지됐다. 다만, 그 이전에 식약처가 항소를 포기하거나 1심 판결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항소를 제기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그 확정일까지 효력이 정지된다. 이는 코오롱생명과학이 요청한 집행정지 기간을 재판부가 100% 수용한 것이다.
코오롱생명과학측 법률 대리인인 박재우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국민적으로 의혹이 있는 사항을 꼼꼼하고 철저하게 판단하겠다는 재판부의 판단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8일 대전지방식약청장을 상대로 인보사 회수·폐기 명령 처분의 취소소송을 제기하며 본안 판단이 나올 때까지 식약처 처분의 집행을 정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집행정지는 행정처분을 받은 법인이나 개인이 불복 소송을 낸 후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처분 집행을 정지해 달라고 요청하는 절차다. 행정처분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해 이를 막을 필요가 있을 경우 인정된다.
앞서 양측은 지난 22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반에 걸쳐 인보사에 대한 즉각적인 회수 및 폐기 필요성 등을 두고 인보사 안정성 측면에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코오롱생명과학측은 “처분의 효력이 발생하면 본안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의약품 지위 회복이 불가능하다”며 “코오롱생명과학은 아직 해지되지 않은 1조원 가량의 기존 수출 계약 상당수가 파기돼 손실을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오롱 측은 “자발적 판매중지와 유통 중단으로 시장에서 더 이상 처방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허가취소가 확정되면 장기추적조사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코오롱 측의 이 논리는 26일 열린 임상시험 승인취소 집행정지 소송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코오롱 측은 이날 소송에서 “임상시험을 지속해야 환자들이 필요한 검사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받을 수 있다”며 “만약 임상시험이 취소되면 본안에서 승소하더라도 추적관찰이 불가능해진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회수폐기 집행정지 효력중지 결정이 나머지 두 행정소송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본안에 대한 최종 결정은 아니지만 인보사에 대한 수 많은 소송 중 첫 법원 판단이 코오롱 측의 손을 들어줬다는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보사 행정소송에 대해 결정을 내려야 할 법원은 신중한 입장이다. 23일 진행한 허가취소 집행정지 소송도 최종 결정 기일을 이달 29일에서 다음달 13일로 연기한 바 있으며 26일 열린 임상시험 승인취소 집행정지 소송도 양측의 추가의견을 들은 뒤 결정을 내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