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창간 김재순 전 국회의장 별세

향년 93세, 7선 의원으로 13대 국회 전반기 의장 역임
10일 철원군서 공덕비 제막식 열려… 토교저수지 축조 앞장
  • 등록 2016-05-17 오후 5:00:33

    수정 2016-05-17 오후 6:46:16

[이데일리 선상원 기자] 13대 국회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회의장을 지낸 김재순 전 의장이 17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3세.

김 전 의장은 1923년 평양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5대 국회의원을 시작으로 6~9대, 13~14대 등 7선 의원을 지냈다. 노태우 정부 시절인 13대 국회 때 전반기(1988∼1990년) 국회의장을 역임했다.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이 125석으로 과반수를 얻지 못했으나 야당들이 의장직을 양보하는 바람에 김 전 의장이 의장으로 선출됐다.

김 전 의장은 지난 1970년 교양지 샘터를 창간해 최근까지 고문으로 일하는 등 출판 분야에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김 전 의장은 1993년 김영삼 정부 출범 후 실시된 공직자 재산공개 파동으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했다. 당시 시가가 70억원에 달했던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소재 2만여평을 7억9000만원으로 신고했던 게 화근이 됐다.

정계은퇴 당시 김 전 의장은 ‘토사구팽(兎死狗烹, 토끼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잡아먹는다)’이라는 말을 남겨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 정치권에 거리를 두던 김 전 의장은 2002년 대선을 앞두고 이회창 당시 후보를 돕기 위해 한나라당에 입당해 상임고문을 맡기도 했다. 이밖에 한일의원연맹 회장, 서울대 총동창회장, 한국대학동창회협의회장, 통일고문회의장 등도 역임했다.

지난 10일에는 김 전 의장의 공적을 기리는 공덕비 제막식이 경기도 철원군에서 열렸다. 철원·화천군이 지역구였던 김 전 의장은 철원군 동송읍에 토교저수지를 축조해 황무지였던 철원평야를 옥토로 가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 1970년대 당시 철원지역은 한국전쟁 후 북한이 봉래호 물줄기 바꿔 농업용수 공급이 끊기자 수원확보가 최대 현안이었다.

김 전 의장은 1972년부터 정부 예산을 확보해 토교저수지 축조에 나섰고 4년여 공사 끝에 완공했다. 도내 최대 규모 인공저수지인 토교저수지는 철원평야의 농경지에 물을 대는 본래 기능뿐만 아니라 멸종위기의 두루미가 월동하는 철새도래지이자 철원 8경의 하나로 지역 대표 관광자원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2014년 9월 철원군 노인회와 철원문화원이 중심이 돼 공덕비 건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뒤 주민들을 대상으로 3000만원의 성금을 모아 토교저수지 현지에 공덕비를 건립했다.

유족으로는 배우자 부인 이용자씨와 아들 성진 성린 성봉 성구 씨 등 4남이 있다. 빈소는 서울 아산병원에 마련될 예정이다. 국회장이며 발인은 21일이다.

(서울=연합뉴스) 사진은 1993년 재산공개 파동으로 의원직을 사퇴하고 외유길에 올랐던 김재순 전 국회의장이 출국 6개월여만에 귀국. 김포공항 귀빈실에서 기자회견 하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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