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백신접종률을 고려해 11월 초 위드 코로나 전환을 공언하자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방역 체계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저마다 미뤄왔던 약속을 잡거나, 연말 계획을 세우는 등 외부 활동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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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정부는 각계 정부위원이 참석한 ‘코로나19 일상회복 지원위원회’를 출범해 ‘위드 코로나’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같은 날 “고난의 시간을 보낸 끝에 이제 조심스럽게 일상회복을 준비하는 단계까지 왔다”며 “코로나19를 더는 미지의 공포가 아닌 통제 가능한 감염병으로 바꿔내고, 국민 여러분께 온전한 일상을 되돌려 드리는 준비를 하겠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미 사회 곳곳에서 위드 코로나 과도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간 감염병 확산 위험으로 집회 및 시위에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법원은 위드코로나 분위기에 맞춰 태도를 바꾸는 양상이다. 지난해 10월 보수 성향의 단체가 한글날 집회를 금지한 경찰의 처분에 불복해 집행정지 신청을 했으나 서울행정법원은 기각했다.
당시 법원은 “감염병 확산이 자명해 보인다”면서 “집회 금지로 달성하려는 코로나19의 감염 예방 및 확산 방지라는 공공복리는 신청인이 집회의 자유를 행사하지 못하게 돼 입을 불이익에 비해 우월하다”고 판단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1일 정부는 방역 수칙을 백신 접종자가 포함되는 조건으로 결혼식과 돌잔치 참석 인원을 늘렸다. 결혼식의 경우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 접종 완료자 100명을 더해 최대 199명까지 운집할 수 있고, 돌잔치도 접종완료자 포함하면 최대 49명까지 허용했다.
위드코로나 맞춰 연말 계획 ‘빽빽’…기대감 증폭
위드 코로나 분위기가 감지되자 시민들은 저마다 연말 계획을 세우는 등 야외 활동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직장인 이모(35)씨는 “매년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여행을 가는 것이 연례행사였는데 코로나19 발생 이후로 한 번도 가지 못했다”며 “올 연말 미뤄왔던 가족 여행을 가기 위해 알아보고 있다”며 웃었다.
최모(29)씨 역시 “백신 접종도 했으니 다중이용시설 인원, 시간제한만 풀리면 모임에 참석할 것”이라며 “가고 싶었던 식당이나 여행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서울관광재단이 지난 12일 ‘코로나19 이후 서울에서 가장 하고 싶은 활동’을 내외국인 1890명에게 질문한 결과 ‘맛집 탐방’이 49%로 1위, 뒤를 이어 ‘다양한 관광명소 탐방’이 38%로 2위를 차지했다.
취업준비생도 위드 코로나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20대 취업준비생 이모씨는 “코로나 때문에 취업활동에 제약이 있었고, 채용도 별로 안 떠서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위드코로나가 되면 취업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확진자 폭증 경계…방역 당국 “준비 필요해”
한편 이러한 부푼 기대감을 경계하는 시선도 있다. 자칫 한 번에 풀어진 경각심으로 확진자 폭증하고 위중증환자 관리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위드 코로나 시행 시기를 수능 이후로 미뤄 달라’는 내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백신을 맞았다고는 하나 돌파 감염도 많고 수능은 따로 보더라도 대학별 고사를 구제할 방법이 없다”며 “지금껏 애써 준비했던 수능생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부도 위드 코로나 이후 상황에 대해 고삐를 죄고 있다. 김 총리는 지난 13일 “당장 ‘마스크를 벗어던지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지금 단계에서 가능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이어 “틈을 메우고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할 수 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며 ‘백신패스’와 같은 새로운 방역관리 방법도 검토하고 의료체계도 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