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루 K방역]③"하란 대로 다 했는데 일매출 10만원"

거리두기 개편 3번·단계 조정 13번…고무줄 방역
서초·강남 거리도 점심시간 '텅'…자영업자 '체념'
"2000명?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실효성 의문
오락가락 방역수칙에 시민들도 혼란만…"헷갈려"
"현 거리두기는 개편 필요…정부 홍보도 중요해"
  • 등록 2021-08-11 오후 6:20:35

    수정 2021-08-11 오후 10:34:50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오후에만 운영하는 포차는 하루 매출이 10만원이에요. 매번 바뀌는 방역지침 다 따랐는데 왜 아직 이 모양인가요.”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11년째 횟집을 운영하는 고재명(61·남)씨는 인건비 때문에 직원을 자르고 설거지를 도맡아도 손익분기점조차 넘지 못하는 매출 때문에 눈물을 삼켰다. 함께 운영하는 포차는 폐업까지 고민 중이라는 그는 “당장 시위하러 나가고 싶어도 가게를 비울 수 없어 마지못해 일한다”며 “정부가 하라는 대로 했는데 왜 아직도 4단계냐”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000명을 돌파한 11일 서울 강남역 인근 거리가 점심시간인데도 한산하다. (사진=김대연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섭게 치솟는 가운데 11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2200명을 넘어서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매번 바뀌는 방역수칙을 잘 따랐는데도 4차 대유행이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정부의 방역 대책에 대한 신뢰는 이미 바닥이다. 시키는 대로 다 했는데 상황이 개선되기는커녕 지침만 매번 바뀌니 앞이 보이지 않는 절망에 빠졌다.

매출은 바닥으로 꺼지는데 확산세는 하늘로 치솟아…자영업자 ‘한탄’

코로나19 확진자수가 하늘로 치솟는 반면 자영업자들의 매출은 바닥으로 꺼지면서 사방에서 곡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백신 수급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휴가철까지 겹쳐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점심시간에 사람들로 한창 북적여야 할 서울 강남역 인근 식당들은 한산했고, 점포 곳곳에 ‘임대’라고 쓰인 종이만 눈에 띌 뿐이었다.

30년째 강남역에서 한식당을 운영 중인 박모(49·씨)는 “직원 한 명 고용하는 것조차 부담돼서 지금 74세인 아버지가 계란찜을 만들고 있다”며 “일일이 손님들 체온 재고, QR코드 찍고, 직원들 방역까지 다 신경 쓰는데 왜 아직까지 우리만 희생해야 하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대여섯 번 TV에 맛집으로 소개됐지만 지금은 빚을 내서 직원들 월급을 주고 있다는 박씨는 “월 매출이 평상시 반도 안 된다”며 “단골 손님들로 하루 하루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착잡한 마음을 드러냈다.

주변에서 11년째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모(32·남)씨도 “여태 벌어놓은 걸로 ‘땜빵’하는 수준”이라며 “정부가 하라는 대로 해봤자 매출만 60~70% 떨어졌는데 지금 상황이 진정 나아질 상황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역지침을 땜질식으로 수차례 수정하다 보니 공연업계나 헬스장 종사자들은 이에 맞추기 위해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공연 업계 종사자인 김모(28·남)씨는 “정부 지침이 시도때도 없이 바뀌니 일을 준비하는 게 너무 복잡하다”며 “사장인 나도 모르는데 손님들은 오죽하겠냐”며 불만을 내비쳤다.

헬스 트레이너 김모(29·남)씨도 “헬스장 샤워시설 이용이 가능했다가 안 됐다가 오락가락하니까 아예 코로나19 상황이 잠잠해지고 오겠다는 분들이 대다수”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역 인근 식당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월요일 정기휴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김대연 기자)
거리두기 개편 3번·단계 조정만 13번…시민들도 혼란 가중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해 1월 20일 이후 현재까지 수도권 기준 ‘사회적 거리두기 개편안’은 총 3번, 거리두기 단계 조정은 13번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에 따라 개편안은 바꾸는 것은 맞지만 ‘이랬다 저랬다’ 일관성이 없던 터라 실제 효과는 없고 혼란만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모(57·여)씨는 “코로나19 걸리는 게 무서워 방역수칙을 잘 준수하고 싶어도 눈만 깜빡하면 내용이 바뀌는 듯하다”며 “디지털 기기 사용이 미숙한 편인데 매번 내용을 숙지하려니 힘이 든다”고 호소했다.

방역수칙 위반을 단속하는 지자체 관계자들도 다를 바 없었다. 공무원 김모(25·여)씨는 “2주에 한 번씩 당직을 서는데 시민들이 ‘거리두기’ 관련 문의를 할 때마다 긴장할 수밖에 없다”며 “(거리두기 내용이) 자주 바뀌다보니 뉴스를 꼬박꼬박 챙겨봐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세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한 발 늦었지만 정부가 지금이라도 실효성 있고 국민 모두 납득할 수 있는 방역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자영업자가 영업을 할 수 없어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델타 변이를 고려한 새로운 거리두기 개편안을 마련해 확산세를 잡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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