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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마켓워치 등에 따르면 매리스 페인 호주 외무부 장관은 전날 빅토리아주(州) 주정부가 외국 정부와 체결한 업무협약(MOU) 4건을 취소했다. 이 중 2건은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각각 2018년과 2019년에 체결한 것이다. 나머지 2건은 1999년 시리아 정부와 맺은 과학협력 MOU와 2004년 이란 정부와 합의한 교육협력 MOU다.
페인 장관은 “네 건의 MOU는 호주의 외교 정책에 위배되거나 우리의 대외 관계에 있어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판단했다”며 취소 이유를 밝혔다.
이번 결정은 호주 연방의회가 지난해 12월 통과시킨 법안에 따른 첫 조치다. 당시 법안에는 주정부가 외국 정부와 독자적으로 맺은 계약을 거부하는 권한을 연방정부 외무장관에게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야당인 좌파 노동당 소속인 대니얼 앤드루스 빅토리아주 총리는 중국과 체결한 MOU를 취소할 경우 이미 껄끄러운 대중 관계가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반대해 왔다.
양국 관계는 지난해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해 국제사회가 중국 조사에 나선다고 촉구한 뒤 날로 악화하고 있다. 중국은 호주산 석탄, 소고기, 랍스터, 농산물 등에 수입제한 조치를 취했으며, 호주산 와인 등에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은 이날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호주 주재 중국 대사관은 성명을 내고 “이번 결정은 호주 정부가 중국과 호주 간 관계 개선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더욱 잘 보여준 또 하나의 불합리하고 도발적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양국 관계에 더 많은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결국에는 스스로 발등을 찍는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호주 의회가 지난해 말 이번 결정의 근거가 된 법안을 통과시켰을 때 중국은 이미 일대일로 사업을 겨냥한 조치였다는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며 “호주가 잘못된 길을 계속 간다면 중국은 분명히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마켓워치는 “중국 정부 관료는 호주 정부의 전화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역 장벽은 중국이 널리 쓰고 있는 경제적 보복 방식”이라며 “중국은 호주의 가장 중요한 무역 파트너지만, 양국 관계는 수십년래 최악의 수준”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