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수도 받을 수도…美 향한 '불법이민' 급증에 바이든 골치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이민정책 완화 기대감↑
2월 중남미 불법이민자 폭증…3월 더 늘듯
수용시설 포화 등 한계 느낀 바이든 행정부
멕시코·과테말라에 고위관료 파견…대책 모색
  • 등록 2021-03-24 오후 5:59:23

    수정 2021-03-24 오후 5:59:23

‘바이든, 제발 우리를 들여보내달라(Biden, please let us in)’고 적힌 티셔츠를 입은 이민자들이 지난 2일(현지시간) 멕시코 바하 캘리포니아주에서 무릎을 꿇고 미 입국 허용을 간청하고 있다. (사진=AFP)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이 급증하는 불법 이주민 유입을 막기 위해 멕시코, 과테말라와 고위급 회담을 개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현지시간) 로버타 제이콥슨 전 멕시코주재 미 대사 겸 백악관 국경문제 담당 수석 보좌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멕시코를 찾아 불법 이주민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무부 장관도 이날 트위터를 통해 “미국과 멕시코가 질서 정연하고 안전한 미국행 이민자 문제를 논의했다”면서 “이와 관련해 백악관과 멕시코 고위 당국자들이 멕시코에서 회담을 가졌다”고 전했다. 그는 양측이 이민자 인권을 보호하고 특히 성인 보호자 없이 혼자 미국의 국경을 넘는 미성년자 밀입국자들의 안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 역시 멕시코 측에서는 외무부 국장급이 회담에 참석했다며 사실을 확인했다.

WSJ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체포나 구금 등과 같은 한시적 조치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길목 차단에 나선 것이라고 평했다. 또 미국 내 이주민 수용소가 포화상태에 이른 것도 무관하지 않다는 진단이다. WSJ는 “이번 고위급 회담은 조 바이든 미 정부 출범 이후 중남미인의 미국행 밀입국이 지난 2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규모와 속도로 진행되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가족을 동반하고 미 국경에서 불법 이민을 시도한 중남미 이주민은 1만 9945명, 동반 가족이 없는 미성년자는 9297명으로 각각 집계됐다. 이는 1월보다 168%, 63% 급증한 규모다. WSJ이 입수한 미 관세국경보호청(CBP) 내부 문건에 따르면 지난 3주 동안 하루 평균 523명의 미성년자가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체포됐다. WSJ는 이를 토대로 3월에는 약 1만 6000건에 달하는 미성년자 불법 이민 시도가 있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중남미 이주민들이 급증하게 된 데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완화적인 이민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성년자 불법 이민이 급증하는 추세인데, 이에 대해 WSJ는 중남미 국가 젊은이들이 다시 한 번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행 밀입국이 급증했던 지난 2019년 트럼프 전 정부는 멕시코 정부가 불법 이주민을 통제하지 않을 경우 멕시코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했다. 이후 멕시코 정부는 국경에 2만 5000명의 병력을 투입했고, 미국을 향하는 이민자도 크게 감소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1월 이후엔 다시 이민자 수가 늘어나고 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가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트럼프 전 정부보다) 이민자들에게 더 나은 대우를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이 때문에 우리(멕시코) 국민들은 물론 중남미 국가 국민들이 미 국경을 넘는 일을 더 쉬워졌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주 코로나19 방역을 내세우며 과테말라와 국경 통과를 제한한다고 발표했다. 또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남부 국경에 군경과 이민국 단속 요원을 증원키로 하는 등 길목 차단을 위한 노력 의지를 내비쳤다. 다만 공교롭게도 미 정부가 멕시코에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270만회분을 제공하기로 한 날에 이같은 발표가 이뤄졌다고 WSJ는 전했다.

한편 백악관은 미 대표단이 멕시코에 이어 과테말라도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위 관료 및 시민단체 등을 만나 이주민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다루겠다는 방침이다.

대표단에 포함된 후안 곤살레스 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서반구 담당 국장은 “바이든 정부는 중남미 정부들과 부패, 마약 밀매, 돈세탁을 법적으로 다루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이들 범죄에 관련된 자들을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남미 국가들의 부패, 빈곤, 치안 불안이 미국행 불법 이민의 근본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이를 근절시키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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