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적반하장 日 좌시 않겠다”…3단계 맞대응

①안전규제 강화..日 관광·식품·폐기물 정조준
②韓 피해 기업에 파격 지원..기업 세무조사 유예
③국산화로 체질개선..年 1조 투자, 8월 대책 발표
  • 등록 2019-08-02 오후 7:20:39

    수정 2019-08-02 오후 7:20:39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앞서 일본은 이날 오전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김형욱 기자]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절차 국가 명단)에서 배제한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3단계 대응에 나선다.

관광 등 일본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업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즉각적인 ‘맞대응’에 나선다. 우리 기업에 대해선 파격적인 지원으로 경제보복에 대한 ‘수비’를 강화한다. 장기적으론 국산화를 통해 ‘기초체력’인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게 대책의 핵심이다.

◇文 대통령 “단계적 대응 조치 강화할 것”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가해자인 일본이 적반하장으로 오히려 큰소리치는 상황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며 “우리도 단계적으로 대응조치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경제에 피해를 입히려 든다면 우리 역시 맞대응할 수 있는 방안들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오후 관계부처 장관들과 진행한 브리핑,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배제 등 수출규제 및 보복조치 관련 종합 대응계획’을 종합하면 맞대응 조치는 크게 3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우리 정부는 단계적 대응조치로 수출조치·안전조치 강화에 즉각 나선다. 수출조치는 한국도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가·나 지역’으로 구분해 운영 중인 전략물자 관련 수출입 고시에 ‘다 지역’을 신설해 일본에 또 다른 절차를 적용할 계획”이라며 “다음 주에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조치는 관광, 식품, 폐기물 분야에 적용된다. 홍남기 부총리는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사항은 관광, 식품, 폐기물 등의 분야부터 안전조치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방사능 관련 안전 대책을 강화하거나 도쿄 올림픽을 불참하는 것인지’ 질문받자 “후속 조치를 조금 더 세밀하게 검토해서 발표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홍 부총리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폐기 여부에 대해선 “지소미아에 대해서는 (2일) 국무회의 때 자세하게 논의가 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소미아 관련 논의는 언론 보도처럼 이제까지 일정 부분 있어 오긴 했다”고 답했다.

둘째, 우리 기업에 대한 전방위 지원이다. 우선 정부는 159개 품목을 ‘관리품목’으로 지정해 맞춤형 대응을 하기로 했다. 이들 159개 품목은 일본의 수출통제가 가능한 물자 1194개 중에서 공급 차질 등의 피해가 우려되는 품목을 뽑아낸 것이다. 이들 품목과 관련된 기업에 대해선 파격적인 예산·세제·금융 지원이 이뤄진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안(추경)에 2732억원의 예산을 반영했다. 이 예산은 △기술개발957억원 △실증 및 테스트장비 구축 1275억원 △자금지원 500억원이다.

세제 관련해서는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 세액공제 적용대상 확대 △일본 이외의 대체국에서 원자재 수입 시 할당관세(기본세율에서 40%포인트 범위에서 관세율 인하) △세무조사 유예 등이다. 홍 부총리는 ‘세무조사 유예에 삼성이 포함되는지’ 묻는 질문에 “특정 기업에 대한 것은 구체적으로 검토한 바 없다”고 답했다.

금융 관련해서는 최대 6조원 규모로 수출 규제 피해기업에 유동성 지원이 이뤄진다.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대출·보증 만기를 1년간 연장한다.

셋째, 일본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화를 높이는 장기적 조치도 추진한다. 홍 부총리는 “100여개 전략 핵심품목을 중심으로 매년 1조원 이상 R&D 등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할 것”이라며 “자립화가 시급한 핵심 R&D 과제에 대해선 예타 면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다음 주에 발표한다. 홍 부총리는 “R&D 투자전략 및 프로세스 혁신 등을 담은 범정부 차원의 R&D 종합대책을 8월 말까지 마련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日 사과 받아야” Vs “韓 기업 피해 줄여야”

3단계 조치와 관련해 어떤 조치에 얼마나 비중을 둘지가 향후 정국에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부 안팎에선 강경론, 협상론이 동시에 거론된다. 사태가 장기화 될수록 경제에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일본 정부의 경제적, 정치적 공격 행위는 명분도 논리도 없는 망동”이라며 “정부와 국회는 아베정권의 과거사 부정과 한일 갈등 도발에 대해 명확한 사과와 배상을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일본에 타격을 주는 조치보단 우리 피해를 최소화하는 조치로 방향을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신중한 대처를 주문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일본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동북아 시장 접근 전략을 재정립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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