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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 실체 인정…과세 검토”
정부가 가상통화 투자수익에 대해 과세를 검토한다. 투기 과열, 악용 범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할 방침도 세웠다. 다만 예상했던 ‘전면 금지’ 선언은 없었다. 과세 계획을 놓고 정상적인 금융 투자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정부는 ‘민·관 합동 TF(태스크포스)’ 이른 시일 내에 구성해 주요국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과세 카드를 꺼내 든 것은 결국 급속하게 커진 시장규모 때문이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올해 1월 3000억원 수준이던 월별 가상화폐 거래금액이 11월에는 182배가 넘는 56조2944억원으로 불어났다. 가상통화로 환전하는 액수가 커진 만큼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가 필요한 데다 조세회피 방지도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김병일 강남대 교수는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가상통화에 대한 과세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며 “조세회피에 체계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커졌다”고 말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자국 내의 가상화폐 유통을 막고 있지만 대부분 국가에서는 가상화폐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는 점도 정부가 고민 끝에 양성화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과세 형태에 대해서도 이미 정부 차원의 검토를 진행 중이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가상통화 거래 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부가세나 양도세 과세 여부를 기획재정부와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세를 위한 별도의 회계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현행 세법상으로도 가상통화에 대해 상속·증여세와 사업소득세·법인세도 과세할 수 있지만 가치 측정 방법 등에 대한 회계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상통화 거래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으로 굳혀졌다. 어설프게 규제했다간 ‘제도권 편입’으로 인식돼 오히려 가상통화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투기심리를 더 자극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선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히 대처하기로 했다.
단순한 규제보다는 시스템화할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가상통화 거래행위를 유사수신업으로 규정해 원칙적으로는 불법화하되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예외적으로 허용하기로 했다. 소비자보호나 거래투명성 확보 등의 요건을 갖춘 취급업자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해 가상통화 거래를 ‘음지’에서 ‘양지’로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가상통화가 투기의 장으로 변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가상통화 거래 시 은행의 이용자 본인 확인 의무를 강화하고 미성년자와 외국인의 계좌개설과 거래는 금지키로 했다. 다만 가상화폐 운영 원리인 블록체인 기술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정부는 “앞으로 가상통화 투기 부작용이 발생하는 부분을 바로잡으면서 정부 조치로 블록체인 등의 기술발전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정책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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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통화 업계에서는 이번 정부대책이 제도권 진입의 신호탄이라며 환영했다. 그동안 음지에서 거래됐던 가상통화 시장이 거래소 규제와 과세 등을 통해 양성화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세에 대한 기본 근거를 마련한다는 것은 가상통화와 거래행위를 규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이다.
김진화 한국블록체인협회 준비위원회 공동대표는 “가상통화 투자수익에 대한 과세 방침은 제도권 진입 수순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며 “정부가 암호화폐 투자수익에 대한 과세 추진을 논의한다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세에 대한 전제조건은 암호화폐, 거래행위에 대한 규정이 선행해야 하고 다른 자산과 과세형평성이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투자자를 위한 사회 시스템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신원희 암호화폐거래소 코인원 최고운영책임자는 “가상통화 시장이 정식 시장화되는 수순이라고 본다”며 “과세에 대한 제도를 마련하면 세금에 대한 불안감 없이 투자자가 새로 진입할 길이 열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시장 성장’과 ‘소비자 보호’라는 방향성은 공감하지만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시장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