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암호화폐 시가총액이 약 한 달 반만에 1300조원 가까이 사라졌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앞당길 조짐을 내비친 데다, 중국이 암호화폐 채굴 단속을 강화하는 등 단기간에 악재가 겹치며 가격이 빠진 탓이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거래소들이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에 따른 사업자 신고를 앞두고 ‘잡코인’ 정리에 나서면서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코인 발행사와의 갈등도 증폭되고 있어 암호화폐 시장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美 금리 인상 신호에 中 채굴 단속 강화까지…비트코인, ‘데드 크로스’ 우려
22일 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트레이딩뷰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암호화폐 시총은 1조2690억 달러(1436조원)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 5월 8일(2729조원)과 비교하면 48.5%(1292조원)가 줄어든 것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당초 예정보다 빠른 2023년으로 앞당길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데 이어 중국 쓰촨성이 관내 비트코인 채굴 업체 26곳에 폐쇄 명령을 내린 것이 결정타였다. 쓰촨성은 중국에서 두 번째로 채굴장이 많이 몰려 있는 곳이다. 앞서 네이멍구자치구와 신장자치구, 윈난성도 관내 채굴장을 무더기 폐쇄했다.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장의 65%가 몰려있는 중국에서 비트코인 근절이 현실화한 것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알리페이와 일부 주요 은행에 암호화폐 거래 단속을 촉구하는 ‘웨탄’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탄은 당국이 기업인 등을 불러 잘못을 성토하고 시정을 압박하는 제도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비트코인이 ‘죽음의 십자가’라고 알려진 “‘데드 크로스’에 진입했다”고도 전했다. 데드 크로스는 자산 가격의 단기 이동평균선이 장기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가는 것으로 장기 약세장으로 전환되는 징조로 여겨진다. 비트코인 가격이 3만달러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데드 크로스가 부정적인 신호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데드 크로스가 지나고 나면 반대 개념인 ‘골든 크로스’가 곧 나타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 때문인지 미국의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레티지는 총 4억8900만달러어치(약 5540억원)의 비트코인을 추가로 매수했다. 이 회사가 가진 비트코인 보유량은 10만5085개로 늘어났다. 다만 비트코인 가격 하락으로 회사 손실도 커지는 상황이다.
소송에 세무조사까지…특허 분쟁 불씨도
실제로 업비트의 무더기 상폐 조치로 퇴출을 당하게 된 피카 코인 발행사(피카 프로젝트)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거래 지원 종료 무효 확인’ 소송을 냈다. 퀴즈톡도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피카 측이 업비트가 상장 과정에서 사실상 ‘상장 대가’를 요구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자, 업비트는 ‘허위 사실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 대응하는 등 진흙탕 싸움으로 빠져들고 있다.
게다가 ‘카카오 코인’이라 불리는 ‘클레이’를 발행하는 카카오 계열사 그라운드X는 세금 탈루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특별 세무 조사를 받고 있다. 클레이 암호화폐 상장(ICO) 과정에서 판매 수익 일부를 누락하고, 직원들에게 클레이로 상여금을 주며 평가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세금을 원천 징수한 혐의다. 블록체인 기업 테라를 거느린 더안코어컴퍼니도 비슷한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는 중이다.
특허 분쟁까지 불거지는 모양새다. 서울외국어대 대학원 산학협력단은 지난 18일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가 암호화폐 전자지갑 시스템 관련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특허권 침해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특금법에 따른 자금세탁 행위 방지 의무를 위해 사용하는 기술이 특허를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빗썸, 코빗에도 내용증명을 보낸 상태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소송을 검토하겠단 입장이다. 거래소들은 “특허 출원 이전부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며 특허를 침해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