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이례적으로 시장에 비둘기(긴축 완화) 신호를 내보냈다. 1일(현지시간)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5.25~5.50%로 동결한 이후 그는 기자회견에서 줄곧 ‘매파적 동결’ 기조를 유지하려고 애를 썼지만, 금융 여건의 긴축으로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이 줄어들었다는 점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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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금리 상승에 금융 긴축…통화정책에 영향”
파월 의장은 “우리는 장기국채 금리 상승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금융 여건이 분명히 긴축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소비자와 가계, 기업이 지불하는 차입 비용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며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채금리 상승을 비롯해 달러화 강세, 주가 하락 등 광범위한 금융시장 여건이 향후 우리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웃돌면서 금융 상황은 긴축적으로 변했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8%를 훌쩍 넘으면서 주택시장은 둔화하고 있고, 대출금리 상승은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 증시에서 나스닥 지수는 1970년 2월 출범 이후 최근 70번째 조정장(전고점 대비 10% 이상 하락)에 진입했다.
시장은 금리 동결 가능성을 대폭 높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 참가자의 80.2%는 12월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데 베팅했다. 전날 68.9%보다 높아졌다. 이후 내년 1~3월 인상 가능성은 25%를 밑돌고 있다. 사실상 추가 인상은 끝났다는 평가다. 프린시펄 애셋 매니지먼트의 시마 샤 수석전략가는 “금융 여건을 강조한 것은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의향이 거의 없다는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목표치인 2%를 훨씬 웃돌고 있고 경제성장률이 거의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필요하면 다시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기조는 유지하려고 애썼다. 그는 “몇 달간 좋은 데이터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목표치를 향해 내려가고 있다는 확신을 쌓기 위해 필요한 시작일 뿐”이라며 “인플레이션 하락세에 대한 확신을 가질 때까지 제약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끈적한 인플레이션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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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부도 화답…장기물 발행 속도조절·단기물 공급 확대
재무부는 오는 15일(현지시간) 만기가 도래하는 1022억달러 채권 상환을 위해 다음주 1120억달러 국채를 입찰에 부쳐 90억달러 이상의 추가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지난 분기(1030억달러)보다 소폭 늘어난 규모다. 월가의 추정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장기물 국채 발행 규모는 점진적으로 확대된다. 입찰은 오는 7일 3년 만기 480억달러로 시작해, 10년 만기 400억달러(8일), 30년 만기 240억달러(9일) 등 세 번에 나눠 진행한다. 10년물 발행 증가 규모는 전기 30억달러에서 20억달러로, 30년물 발행 증가 규모는 20억달러에서 10억달러로 각각 줄었다. 20년물의 경우 기존과 같다.
재무부는 그 대신 단기물 공급을 보다 확대하기로 했다. 2년물과 5년물 입찰 규모는 매달 30억달러씩 늘릴 계획이다. 3년물과 7년물의 경우 매달 각각 20억달러, 10억달러씩 늘릴 예정이다. “만기 1년 이하 단기재정증권(T-bill) 등 단기물을 더 많이 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기물 발행이 늘면 장기국채에 대한 공급 압력이 줄고 장기금리 급등 부담도 그만큼 낮아진다.
국채 발행 속도조절에 파월 의장의 비둘기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뉴욕채권시장에서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713%까지 떨어졌다. 전거래일과 비교해 무려 20bp(1bp=0.01%포인트) 안팎 폭락했다. 크레디트사이트의 자카리 그리피스 수석전략가는 “국채 공급이 늘고 있는 가운데 장기물은 천천히 늘릴 것이라는 재무부의 가이던스에 시장에 안도감이 퍼졌다”며 “금리 상승이 계속될 수 있다는 지난 몇달간 우려를 일부 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