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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약품 원료 및 부자재 자급률은 약 10%에 불과하다. 이는 곧 팬데믹, 기후변화, 자연재해 등 긴급상황이나 다른 국가들의 외교적 논리 등에 따라 국민 건강이 좌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자율 경쟁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주요 선진국들이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자국 내 원료의약품 생산 및 제조업 활성화 정책을 펼치는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 정부는 2019년 내각부를 중심으로 범부처가 참여해 ‘바이오전략 2019’를 수립했다. 헬스케어 시장과 관련된 4대 전략을 제시했고, 이 중 지속적 제조법으로 소재나 자재를 국산화하는 사업이 포함됐다. 또 일본 의사회는 후생노동성 원료의약품 생산지의 정보 공개를 비롯해 일본 내 자급률 촉진을 요청했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의학약학 전문가회의라는 컨트롤타워를 설치했다. 코로나19가 터지고 해외 의존도가 높은 원료의약품의 국산화를 위해 필수 원료를 선정하고 보조금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국가와 사업자 간 1대 1 매칭으로 건당 최대 10억엔(약 105억원)을 지급한다.
반면 아직 한국은 정부 차원의 바이오 소부장 국산화에 대한 정책 논의조차 없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보건복지부 등 담당 부처가 너무 많아 구심점 없이 중구난방인 상태다. 지난해 민관 공동 협의체로 바이오소부장연대협력협의체가 발족했지만 지원 규모는 턱없이 부족하다. 협의체에 총 56개사가 참여하고 있는데, 산업통상자원부는 5년간 약 800억원을 지원할 뿐이다.
엄승인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보건안보 차원에서 안정적인 의약품원료 공급이 이뤄져야 하는 만큼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2.0 전략’의 차세대 핵심전략기술 후보에 ‘국산 원료의약품’을 포함하고, 범부처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며 “산업통상자원부는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둔 원료 제조업체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기획재정부는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달라”고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