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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중심에 선 ‘키맨’들이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동업자에서 탈피해 ‘각자도생’하는 형국이다. 검찰에 녹취록을 제출하는 한편, 각자 언론 인터뷰에 나서면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돈을 지키기 위해, 감옥에 가지 않기 위해, 형을 적게 받기 위한 ‘죄수의 딜레마’ 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애초 대장동 사업을 이끌었던 인물은 남욱 변호사다. 그는 2009년부터 도시개발전문가인 정영학 회계사의 권유로 이 사업에 참여, 대장동 땅을 사들이고 초기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11년 말에 정관계·법조계 인맥이 넓은 김만배 전 기자가 합류했고, 대장동 사업 인허가에 관여한 인물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다. 이들은 2019년 전후로 이익배분 과정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틀어졌고, 현재 수사의 핵심인물로 떠올랐다. 그러면서 각자 ‘로비는 모른다’며 발뺌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대장동 사업 구조와 관련해) 유 전 본부장이 의사결정권자였던 걸로 안다”며 “유 본부장이 최종적으로 이 사업을 결정했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인은 2014년 뇌물 혐의로 수사를 받으면서 이 사업에서 완전히 배제됐고 2015년부터 본인의 역할은 없었다고 주장한다. 본인은 사업만 했을 뿐 로비 등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대장동 사업 설계를 한 정영학 회계사는 앞서 검찰에 녹취록을 제시하면서 검찰 수사 실마리를 제공했다. 이 녹취록에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 전 기자가 천화동인 1호 명의로 매입한 판교 타운하우스를 ‘외교관과 결혼한 모 대법관의 딸이 국내에 체류할 때 제공하려고 한다’고 말한 내용, 유 전 본부장에게 전체 지분 중 25%인 약 700억원을 주기로 약정했다는 ‘700억원 약정설’, 성남시의회 의장과 의원에게 각각 30억원, 20억원을 전달했다는 ‘실탄 350억원(로비 자금)’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구속된 유 전 본부장도 앞서 녹취록의 진위가 왜곡됐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인 김국일 변호사는 지난 3일 “김만배씨와 대화하면서 ‘줄 수 있냐’고 농담으로 얘기한 것이지 실제로 약속받거나 (돈을) 받은 적이 없는데 범죄사실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만배 씨가 ‘우리 후배한테도 반 줄까’라고 해서 ‘그럼 주세요’라고 한 것이고 그다음부터 얼버무리고 안 준 것”이라면서 “농담으로 주고받은 게 녹취가 되니까 마치 (700억원을) 약속한 것처럼 된 상태”라고 항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