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로펌 ‘클리어리 가틀립 스틴 앤 해밀턴’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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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코로나 영웅’에서 잇따른 성 추문으로 몰락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州) 주지사에 대한 독립 수사를 이끌 책임자에 한국계 준 김(한국명 김준현·사진·49) 변호사가 선임됐다. 김 변호사는 함께 발탁된 앤 L 클락 변호사와 손발을 맞춰 쿠오모의 각종 혐의를 파헤치게 된다. 한때 미 민주당의 대선후보급으로 평가받던 쿠오모의 정치적·법적 운명이 한국계 변호사의 손에 달리게 된 셈이어서 주목된다.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은 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 같은 독립 수사 책임자 선임을 발표한 뒤 “이들은 뉴욕 주민이 응당 받아야 하는 답변을 제공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배경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미교포 2세인 김 변호사는 1993년 스탠퍼드대, 1996년 하버드대 법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2000년부터 뉴욕남부지검에서 연방검사로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2014년 뉴욕남부지검 형사부장, 부검사장을 거쳐 2017년 3월부터 2018년 4월 공직을 떠나기 전까지 뉴욕남부지검장 대행을 지냈다. 이후 연방검사가 되기 전 몸담았던 로펌 ‘클리어리 가틀립 스틴 앤 해밀턴’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뉴욕에서 김 변호사의 명성은 자자하다. 검사 시절 벌인 마피아·아시아 갱단을 상대로 한 ‘조폭과의 전쟁’, 직접 진두지휘한 2017년 10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추종자가 벌인 이른바 ‘맨해튼 트럭 테러’ 사건 수사 등은 그를 전국적 인물로 만들기 충분했다. 증권 사기·사이버 범죄 등 뉴욕 내 특유의 복잡·다단한 사건을 이끌며 다방면으로 수사 경험을 쌓았다.
쿠오모와는 악연이라면 악연일 수 있는 사이이기도 하다. 과거 쿠오모의 핵심참모 중 한 명이었던 조지프 페르코코를 뇌물수수 혐의로 감옥에 보낸 인물이 바로 김 변호사였다. 뉴욕 내 대규모 개발사업인 ‘버팔로 십억불 첨단기술 건설 프로젝트’ 관련 수사를 주도하며 쿠오모 지지자였던 알랭 칼로예로스를 금융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 유죄판결을 끌어내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성명에서 쿠오모 수사와 관련,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구하는 심각한 혐의들”이라며 “우리는 분별력 있게 행동하고 어느 곳이든 사실관계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현재 쿠오모는 함께 일했던 부하직원 4명과 일반인 1명 등 모두 5명의 여성으로부터 성 추문 폭로를 받은 상태다. 친정인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사퇴론이 들끓고 있으나 일단 ‘버티기’에 돌입했다. 쿠오모와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 측은 기 싸움 끝에 뉴욕주 검찰이 로펌 변호사를 ‘독립 수사 책임자’로 고용하되, 이를 검찰이 감독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