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에 엔비디아 7조원 규모 내년 中 수출 무산

美, 반도체 수출 규제 유예기간 없이 즉각 발효
내년도 물량 미리 보내려던 엔비디아 계획 제동
  • 등록 2023-10-31 오후 5:21:17

    수정 2023-10-31 오후 5:21:17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엔비디아가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가 넘는 내년도 중국 반도체 선주문 수출을 취소하게 됐다. 미국 정부가 최근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 추가 조치 발효 시점을 앞당기면서다.

엔비디아. (사진=AFP)


3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지난주 엔비디아에 반도체 수출제한 조치가 즉각 발효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새 규제가 오는 11월 중순 발효될 것으로 보고 내년 주문 건 일부를 먼저 수출하려던 계획이었다. 통상 미 행정부는 30일의 유예 기간을 거쳐 규제를 발효해왔기 때문이다. 미 정부의 발 빠른 차단에 엔비디아는 내년도 주문 물량 조기 공급 계획을 폐기했다.

WSJ에 따르면 현재까지 엔비디아가 접수한 내년도 중국 기업의 반도체 주문 규모는 50억달러 이상이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그룹, 틱톡 소유주 바이트댄스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주문을 넣었다. 엔비디아는 앞으로 상무부의 수출 허가를 받지 않는 한 기존 중국 기업들의 주문을 취소해야 한다.

엔비디아는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A100 및 H100의 사양을 낮춘 칩 A800·H800를 중국 수출용으로 제조해 판매해왔다. 미 상무부는 이같은 우회로까지 차단하기 위해 특정 성능 이상의 인공지능(AI) 칩에 대해 수출 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의 추가 조치를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첨단 반도체뿐 아니라 중국 수출용 칩 수출길도 막힌 것이다.

엔비디아 측은 이번 수출규제의 영향을 받는 칩을 사용하는 AI 컴퓨팅 시스템을 미국 및 기타 지역 고객들에 다시 할당하고 추가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새로운 수출 통제는 단기적으로는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대중 첨단 반도체 수출을 막으면서 중국의 AI 발전 속도도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은 기존에 사둔 반도체 재고에 의존하거나 저성능 칩을 활용해 AI를 개발해야 한다.

번스타인 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2017년 출시한 저사양 AI 반도체 V100을 생성형 AI 개발에 사용할 경우 더 많은 반도체와 전력이 필요해 AI 시스템 훈련 비용만 30%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WSJ은 “미국의 첨단 칩 제한으로 인해 중국의 AI 발전은 느려질 것”이라며 “중국 기업이 자체 생산한 칩을 대안으로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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